하주형 매니저
- diningmediaasia8
- 7월 21일
- 5분 분량
솔밤 하주형 매니저는 팀원들이 주고받는 눈빛 속에 웃음이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팀원이 단단하고 건강해야 좋은 가치를 손님들에게 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주형 매니저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아주 어렸을 때 TV에서 셰프가 요리하는 모습을 보고 저도 요리에 대한 꿈을 갖게 되었어요. 그래서 조리고등학교에 진학했고, 대학교도 조리과로 전공했습니다. 이후 미국에서 1년간 인턴십을 했고요. 한국으로 돌아와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에 취직했는데, 당시엔 홀에서 일할 직원이 부족한 상황이라 자연스럽게 홀 업무도 겸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그 일이 생각보다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고등학교 때부터 요리를 공부해온 것이 조금은 아쉽기도 했지만, 조리를 어느 정도 이해한 상태에서 홀에서 일하니 오히려 그게 강점이 될 수 있다고 느꼈어요.

고객을 만나고 응대하는 FOH(Front of House)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저는 무언가를 비유하는 걸 좋아하는데요, 가수가 노래를 부르면 관객의 반응이 바로 오잖아요? 이 일도 그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직접 만든 요리는 아니고, 제가 양조한 와인은 아니지만, 그것들을 고객에게 잘 포장하고, 즐겁게 전달하며 보여드리는 ‘퍼포먼스’는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고객의 반응이 즉각적으로 보이고, 서로 소통하면서 감정을 나누는 게 정말 즐겁고 흥미롭게 느껴졌어요.
일하면서 저도 제 성향을 더 잘 이해하게 되었어요. 사람들의 반응을 이끌어내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걸 좋아하더라고요.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 사람의 삶이 흥미롭게 느껴지고, 나와 비슷하거나 다른 점들을 생각하면서 더 다채로운 경험을 하게 돼요. 누구에게나 배울 점이 있다는 것도 자연스럽게 느끼게 되었고요. 물론 사람을 대하는 일이 항상 좋은 일의 연속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크고 작은 변수들조차 제게는 이 일이 가진 복합적인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어떤 경력을 쌓아오셨나요?
처음 류니끄에서 홀 업무를 배우며 2년간 일했고, 이후 정식당에서 5년간 일하며 성장했어요. 그리고 지금의 솔밤으로 오게 되었죠. 제가 처음 홀 업무를 시작하던 당시에는 서울에 미쉐린 가이드가 들어오기 전이었고, 지금처럼 파인다이닝에 대한 대중 인식이 높지 않았어요. 그래서 파인다이닝이라는 이름으로 가격이 형성되어 있어도 그만큼의 가치를 받아들이는 고객층은 많지 않았고, 레스토랑이 셰프나 오너의 의지로 빠듯하게 운영되는 상황이 많았어요.
그래서 ‘살림살이’가 정말 중요했죠. 업장의 크고 작은 비용들, 예를 들어 수도세나 전기세 같은 것들에 대해서도 어떤 것들을 신경 써야 하는지 알게 되었고요. 그리고 홀 업무의 본질은 결국 사람을 대하는 일이기 때문에, 손님을 대할 때 ‘하면 안 되는 행동들’의 기준도 그때 처음 세우게 되었어요. 제가 개인적으로는 누군가와 가까워졌다고 생각하면서 한 행동이, 손님과 직원이라는 관계 안에서는 불쾌함이 될 수도 있더라고요. 그땐 어렸고, 사람을 좋아하고 계산하거나 따지지 않는 성격이라 처음부터 그 기준을 잘 알고 있었다고는 할 수 없어요. 실수도 많이 했고요. (웃음)
다음 직장에서는 일에 대한 프로세스를 배웠어요. 보다 큰 회사였기 때문에 배울 수 있었던 시스템, 그리고 홀 운영 방식 같은 것들이요. 규모가 크다 보니 더 오랜 시간에 걸쳐 다양한 손님들을 만나게 되었고, 위급 상황을 겪기도 했어요. 그러면서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응대해야 하는지, 어떤 매뉴얼이 필요한지를 몸으로 익혔죠. 일어나지 않길 바라지만, 레스토랑에서 갑자기 손님이 쓰러지시는 일도 있을 수 있어요. 그럴 때 누가 신고를 하고, 누가 응급처치를 하고,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에 대해 당황하지 않고 대응할 수 있도록 트레이닝이 되었습니다. 물론 응급 상황뿐 아니라, 매일의 서비스 속에서도 어떻게 하면 더 즐겁게, 고객이 편하게 느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여러 날, 여러 해에 걸쳐 조금씩 저를 둥글게 만들어준 것 같아요.

솔밤에서 일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2022년 가을에 결혼을 했는데, 당시 지금의 아내와 솔밤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호텔에서 프로포즈를 했어요. 그날의 음식이 너무 인상 깊었고, 마침 5년간 일한 전 직장을 떠나 새로운 도전을 해 보고 싶던 시기이기도 했어요. 이직을 고려하던 업장이 세 군데 있었는데, 솔밤으로 점점 마음이 기울더라고요. 그러던 중 좋은 기회가 생겨 인터뷰를 봤는데, 셰프님의 매력에 빠진 것 같아요. 제 면접 자리에서 셰프님은 자신이 꿈꾸는 방향, 음식에 대한 자세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그리고 서비스 팀에 대한 존중과 서포트가 정말 인상 깊었어요. 그때의 좋은 인상으로 솔밤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솔밤에서 약 3년간 일하며 그간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제가 처음 입사했을 때는 지금보다 좌석 수가 적었고, 상대적으로 세계 다이닝 씬에서의 인지도도 낮은 편이었어요. 손님 대부분이 내국인이었고, 방문 고객 수도 지금보다 적었죠. 그래서 조금 더 친절하고 친밀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어요. 이후 레스토랑이 새 공간으로 이전했고, 미쉐린 스타를 받고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순위에도 들면서 한국 외 고객들에게도 많이 알려졌어요. 자연스럽게 좌석 수가 늘고, 브랜드 가치도 커졌죠. 그만큼 다양한 손님들이 찾아오다 보니 서비스도 조금 더 격식 있고 포멀해졌습니다. 시스템을 갖추고 안정적으로 운영하면서 서비스의 오차 범위나 리스크를 줄여나가고 있어요.
그럼에도 솔밤은 ‘정감 있는 서비스’를 잃지 않으려고 끊임없이 노력해요. 고객과의 개인적인 친밀감을 유지하기 위해 따뜻한 스몰토크를 노력하고요. 물론 레스토랑 규모가 커지면서 모든 고객에게 같은 방식으로 적용하기엔 어려움도 있지만, 모두가 이 공간을 즐겁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희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솔밤 팀이 성장해 온 과정은 어땠나요?
초기에는 국내 고객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제는 아시아와 전 세계를 바라보는 시야로 확장되었어요. 다양한 문화에서 오는 차이를 겪기도 했고, 이를 줄이기 위해 고민도 많이 했어요. 주니어나 시니어 중에 유명 레스토랑에서의 경험이 많지 않은 팀원들은 문화적 갭을 이해하거나 캐치하지 못해 더 만족스러운 응대가 안되 아쉬울때가 있었죠. 하지만 우리 팀은 다양한 고객을 만나면서 노하우를 쌓고, 그 경험을 서로 공유하며 성장해왔어요. 특정 문화권의 고객에 대한 우리만의 생각과, 잘 대응하는 방법도 계속 쌓아가고 있어요.
예를 들어, 태국 고객이 오시면 태국 인사말 정도는 숙지해서 말을 건네고, 일본 고객을 맞이할 땐 일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박현빈 소믈리에가 강점을 발휘하기도 해요. 각 팀원이 갖고 있는 개성과 장점을 살리면서 더 따뜻한 마음을 전하려고 노력해요. 작은 노력이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충분히 인상 깊은 경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솔밤의 호스피탈리티가 가진 특징은 무엇인가요?
가장 기본이면서도 어려운 것이 바로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사람인지라 항상 한결같은 마음을 유지하는 건 어렵지만, 팀원들과 항상 "열정을 잃지 말자", "손님을 위하는 마음으로 서비스하자"고 다짐해요. 손님마다 모두 다르기 때문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어요. 이런 태도가 솔밤만의 차별점이고, 고객에게 감동을 주는 지점인 것 같아요. 실제로 손님들이 "여긴 뭔가 좀 다른 따뜻함이 있어요"라고 말씀해주실 때 큰 보람을 느껴요.
저는 서비스는 시스템화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음식은 유형문화재라면, 서비스는 무형문화재 같다고 할까요? 교과서가 존재하지 않고, 기본 틀은 있지만 그 안에서 우리가 가진 색깔과 프론트 직원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전하고 싶어요. 실제로 교육할 때도 과거 사례나 경험을 중심으로 이야기하면서 마음을 공유하려고 해요.
매일 서비스 시작 전에 팀 미팅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나누나요?
매일 미팅에서 항상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요. 하지만 반복되는 업무라도 익숙해지지 않도록, 기계적으로 일하지 않도록 스스로를 다잡기 위한 시간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다 아는 이야기지만, 한 번 더 상기하고 공유함으로써 무뎌지지 않도록 하는 거죠. 그리고 그날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도 함께 이야기합니다.
개별화된 고객 응대는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저희는 고객 데이터를 꾸준히 기록하고 있어요. 어떤 와인을 마셨는지, 식사 습관은 어떤지, 왼손잡이인지 오른손잡이인지, 물을 많이 마시는 편인지, 식사 속도는 어떤지, 와인 취향은 어떤지 등 다양한 정보를 팀과 공유해요. 예전에 어떤 이유로 식사를 빨리 마치고 나가신 적이 있었는지, 기념일이었는지 등 고객 성향에 맞춰 어떻게 응대할지를 정하는 데 이 데이터가 큰 도움이 됩니다. 어떤 정보는 제가 놓쳐도 다른 직원이 기억해서 알려주는 경우도 있고요.
레스토랑에서 홀 서비스의 가치와 중요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당연히’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지만, 레스토랑의 서비스만큼은 당연히 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람이 숨 쉬듯, 물을 마시듯, 이유가 있고 당연한 것들이 있잖아요. 손님이 이곳에 오기 전부터 기대를 품고 오셔서, 앉아 음식을 드시고, 자고 다음 날까지도 그 여운과 만족감이 이어지려면 음식만으로는 부족해요. 레스토랑에서의 ‘시간’이 중요하고, 그 시간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이 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너럴 매니저로서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전체적인 홀 상황을 이끌며 팀원들을 서포트하고, 갑작스러운 일이나 고객 컴플레인 발생 시 빠르게 상황을 파악하고 대응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또한 셰프님과 함께 재무 상황도 살피면서, 어디에 투자를 하고 어떤 부분을 절약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며 운영을 돕고 있어요.
그리고 외부 고객뿐 아니라 내부 고객인 팀원들도 잘 챙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팀원들이 건강하고 즐겁고 행복해야 손님들에게도 좋은 가치를 전할 수 있으니까요. 일할 땐 프로답게 진중하게 임하지만, 그 안에서 서로를 믿고, 눈빛 속에 미소를 나누며 일할 수 있어야 해요. 그 미소와 분위기가 결국 일하는 사람들의 힘이 되고, 그게 손님에게도 전해진다고 믿어요.
10년 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신가요?
제가 직접 말씀드린 적은 없지만, 저는 아버지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저는 제 자신이 어머니를 많이 닮았다고 생각하거든요. 반면 아버지를 닮지는 않았다는 생각을 늘 해왔어요. 그런데 아버지가 가장으로서 우리 가족에게 만들어주신 안정적인 환경을 생각하면 정말 감사하고,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어요. 저도 그런 아빠, 그런 가장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결혼을 앞두고,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뒤늦게 알게 된 게 있어요. 사업을 하시면서 정말 힘든 순간도 많았을 텐데, 그런 걸 저희에게 전혀 느끼지 않게 하려고 애를 많이 쓰셨더라고요. 그런 것들을 나중에 알게 되면서, 아버지가 지켜낸 것들에 대해 존경심이 커졌어요. 저도 그런 모습을 닮고 싶어요. 10년 후에 아버지 같은 사람이 되려면 지금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늘 고민하면서 살아가고 있어요.

삶의 좌우명은 무엇인가요?
제가 늘 마음속에 새기고 있는 말이 있어요. “꿈을 크게 품고, 마음은 소박하게 갖자.”
높은 이상을 추구하되, 요행을 바라지 않고 해야 할 일을 정직하게, 차근차근 진행하자는 뜻이에요. 매사에 충실한 마음으로 임하면서 조금씩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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