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석 가드망제
- solbam team
- 6일 전
- 3분 분량
호주에서의 도전을 발판으로 한국에 돌아와 솔밤의 주방에서 ‘요리의 본질’을 새롭게 배우고 있는 유창석 가드망제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어떻게 요리를 시작하게 되셨나요?
저는 원래 한국에서 호텔경영학과를 다니다가 중퇴하고 호주로 건너갔어요. 처음에는 단순히 외국의 문화와 음식을 경험해보고 싶다는 마음이었죠. 하지만 호주에서 요리학교를 졸업하고 나니, 그 환경이 너무 좋아서 약 7년간 머물게 됐습니다.
처음 몇 년은 레스토랑에서 단순히 일하며 생활을 이어갔는데, 어느 날 셰프가 제게 “요리 비자를 받아보라”고 제안하셨어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주방에 들어가게 되었죠. 사실 초반 4년 동안은 요리에 큰 흥미가 없었어요. 하지만 마지막 2년 동안 함께한 헤드셰프에게 많은 영향을 받으면서, 비로소 ‘진심으로 요리를 좋아하게 된 시기’가 찾아왔습니다. 그분이 늘 하시던 말이 있어요. “요리는 정답이 아니라 과정이야.” 그 말이 제 마음을 움직였어요. 그때부터 진로를 확실히 요리로 정했고, 한국에서도 배움을 이어가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솔밤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한국으로 돌아온 뒤, ‘퀴진K’ 프로그램을 알게 됐어요. 일반 구직으로는 접하기 어려운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에서 일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해 지원했습니다. 2025년 여름, 퀴진K 프로그램을 통해 솔밤에서 두 달간 스타지를 했어요. 그때는 주로 재료 손질이나 프렙을 도우며 팀의 흐름을 익혔습니다. 그런데 그 경험이 끝나갈 즈음, 더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어요. 그래서 정식 직원으로 지원했고, 감사하게도 합격해 현재는 가드망제 파트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어떤 역할을 맡고 있나요?
현재는 가드망제 파트에서 주로 재료를 손질하고, 서비스 시간에는 가드망 섹션에서 나가는 네 가지 메뉴를 준비합니다. 아뮤즈를 비롯해 프로마쥬 치즈, 캐비아 디쉬, 대게살을 활용한 메뉴 등을 프렙하고, 때로는 로스터나 앙트르메티에 파트의 채소나 해산물 손질도 함께 맡아요.
솔밤은 제게 처음 경험하는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이에요. 이전에도 4~5곳의 주방에서 일했지만, 이 정도로 체계적이고 질서정연한 주방은 처음 봤습니다. 특히 위생과 청결에 대한 기준이 굉장히 높아요. 모든 조리도구와 식자재가 철저히 관리되고, 동선 하나까지 정교하게 짜여 있죠. 이런 디테일을 몸으로 배우는 것이 지금의 가장 큰 공부입니다.

스타지와 정식 직원의 차이는 어떤가요?
솔직히 말하면, 스타지 때와 정식 직원이 된 뒤의 무게감은 완전히 달라요. 그때는 옆에서 팀원들을 보조하고 돕는 정도였다면, 지금은 직접 라인에 서서 제가 맡은 역할에 온전히 ‘책임’을 지는 입장이니까요. 그래서 더 배우고 싶고,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커졌습니다.
지금은 가드망제 수셰프 아래로 세 개의 라인이 나뉘어 있는데, 저는 이승걸 셰프님과 은정 셰프님에게 주로 배우고 있어요. 두 분 다 ‘직접 해보게 한 뒤 피드백을 주는 스타일’이에요. 그 과정에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예전보다 칼질 동작이 훨씬 간결해졌고, 승걸 셰프님의 피드백을 통해 효율적인 손의 움직임을 익히면서 속도도 많이 빨라졌어요.
현재의 목표와 가장 큰 챌린지는 무엇인가요?
가장 먼저는 ‘빠르게 적응하는 것’이 목표예요. 아직 모든 파트를 다 경험하지는 못했기 때문에, 로스터나 앙트르메티에 파트에서도 언젠가 일해 보고 싶어요. 모든 서비스를 한 번씩 다 경험해 보고 싶습니다.
가장 큰 챌린지는 스탭밀을 준비하는 날이에요. 같은 프렙 양을 해내야 하는데, 동시에 직원 식사까지 준비해야 하니까요. 그래도 팀원들이 맛있게 드시면 피로가 싹 풀려요. 예전에 짬뽕과 크림새우를 만들어서 드렸는데, 튀김기가 없어서 시간이 오래 걸렸거든요. 그런데 다들 맛있게 드시고 “정말 잘했다”고 해주셔서 정말 뿌듯했습니다.
솔밤에서 배운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요?
이전에는 ‘요리를 한다’는 것 자체가 목표였다면, 지금은 ‘왜 이렇게 해야 하는가’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철학과 이유를 배우는 것이죠. 예를 들어, 식재료의 자투리 하나까지 어떻게 써야 하는지, 그 선택이 음식의 밸런스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매일 배워가고 있습니다.
솔밤은 네오클래식 퀴진을 지향하잖아요. 이전에 제가 일했던 레스토랑은 주로 퓨전 스타일이었어요. 일본식 재료를 서양식으로 조리하는 곳이 많았죠. 그런데 솔밤은 서양의 조리 기법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한식 재료의 본질적인 맛을 살리려 해요. 저는 그 지점이 정말 매력적이에요.

요리에 대한 본인만의 철학이 있다면요?
아직 철학이라고 말할 만큼 깊이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손님이 즐거워하는 음식’을 만드는 것이 제게 가장 중요해요. 단순히 맛있는 음식이 아니라, 먹는 순간 행복해지는 요리요. 또, 지금은 프렙 단계에서 ‘정확하고 빠른 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칼질 하나, 썰기 하나에도 정교함이 있어야 어느 파트에 가도 흔들리지 않고 좋은 서비스를 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세요?
주방에서는 긴장감이 높아서 스트레스가 쌓이기도 해요. 그럴 때는 혼자 시간을 보내거나 운동을 하며 많이 풀어요. 요리는 체력 싸움이기도 하니까, 몸을 잘 관리해야 오래 버틸 수 있죠.
요리를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단순히 ‘먹는 걸 좋아해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그 이상이에요. 주방에서 팀으로 움직이면서 하나의 리듬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너무 매력적이에요. 누군가가 제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볼 때 느끼는 그 순간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요리를 직업으로 삼는다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에요. 하지만 그만큼 보람도 커요. 힘든 날이 있어도, 팀원들과 함께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냈을 때 느끼는 성취감이 정말 큽니다. 그게 제가 계속 이 일을 하고 싶은 이유입니다.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저는 아직 레스토랑을 차리고 싶다는 생각은 없어요. 대신 지금의 헤드셰프님 밑에서 더 많이 배우고, 함께 미쉐린 스타를 더 많이 이루고 싶습니다. 파인다이닝 주방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팀워크와 철학으로 완성된다는 걸 매일 느끼고 있어요. 그래서 지금의 목표는 하나예요. “팀 속에서 나를 완성하는 것.” 솔밤이라는 무대 위에서, 요리사로서 제 디테일과 감각을 단단히 쌓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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