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걸 가드망제
- solbam
- 10월 1일
- 4분 분량
솔밤은 식사를 하는 공간을 넘어 손님들에게 기분 좋은 추억을 남겨드리는 곳이라고 말하는 이승걸 가드망제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어떻게 요리를 시작하게 되었나요?
대학에 가기 전까지 진로에 대해 결정된 것이 없었어요. 누나가 음식을 좋아하는데, 어느 날 제게 요리를 해보는 건 어떻겠냐고 조언
해 주더라고요. 그 당시에는 작은 계기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요리를 전공으로 하게 되었고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군대를 전역하고 친구들과 함께 요리대회를 준비했던 적이 있어요. 그때 처음으로 파인다이닝의 요리에 매력을 느끼고 빠져들었어요. 그 전까지는 ‘음식을 만드는 일’에 대해 그렇게 깊이 있게 생각을 해 볼 계기가 없었는데, 생각이 바뀌었거든요. 아주 기본적인 것들을 극한까지 추구할 수 있다는 것에 감명을 받았어요. 요리야말로 기본기를 잘 갖추고 활용해야 결국 승부를 볼 수 있는 분야더라고요. 같은 칼질이라고 해도, 무엇을 자르는 것에서는 공통점이 있다고도 할 수 있지만 작은 디테일 하나하나에서 음식의 맛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죠. 좋은 맛을 추구하고, 단순히 ‘맛있음’을 넣어 복합적인 경험을 제시할 수 있는 이 분야의 매력에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어떤 경력을 쌓았나요?
교수님의 추천으로 처음으로 밍글스에서 일하며 파인다이닝의 분위기와 팀원들의 마음가짐, 태도에 대해서는 배움을 얻었습니다. 이렇게 작은 디테일까지 신경쓰고 놓치지 않으며 모든 팀원들이 각자의 분야에 매진하는 모습에 시야가 많이 넓어졌어요. 그 이후 한남동의 세컨드키친에서 2년정도 일하며 조직의 구성원으로써 일하는 방법에 대해 틀을 잡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소통을 하고 기본적인 업무 역량을 갖출 수 있는지, 많은 배움이 있었어요. 그리고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인 주옥에서 한식을 기반으로 한 요리의 기본기를 다졌어요. 원칙과 기본을 얼마나 잘 지켜야 하는지 그 중요성을 많이 느꼈죠.
잠시 휴식을 가지고 다음으로 배움을 얻은 곳은 소설한남이에요. 소설한남에서도 2년 남짓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가장 많은 것을 배우고, 제 요리의 기본 틀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곳이라 어떤 것부터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 한식을 현대적으로 풀어내는 방법, 그리고 다양한 조리법과 고객의 마음을 이해하는 법까지 폭넓은 시각을 좀 더 갖출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후 3스타 레스토랑인 모수에서도 잠시 일을 했는데, 여기서는 그동안 배운 것에 또 한 번 새로운 깨우침을 얻을 수 있었어요. 예를 들어 빵은 흔히 식사의 중간이나 초반에 먹는다는 고정관념이 있지만 모수에서는 이것을 디저트에 써 보자는 식으로 자유자재로 셰프의 의도를 표현해내는 부분과 발상에 대해 많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솔밤에서 일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지금까지 일했던 레스토랑들도 모두 정말 좋은 곳들이었어요. 그런데 솔밤에서 식사를 하고, 이야기를 들으며 제가 받은 느낌은 솔밤이 지금 굉장히 큰 에너지를 품고 변화하며 발전해 나가는 과정에 있다는 것이었어요. 이 역동적인 팀에 합류해서 저도 ‘함께’ 성장하고 같이 무엇인가를 성취해 나간다는 구체적인 느낌을 받고 싶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던 중, 좋은 계기로 솔밤 팀에서 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솔밤에 합류한 계기와 지금까지의 여정은 어떻게 되셨나요?
저는 솔밤에 들어온 지 이제 2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처음에는 앙트르메티에 파트에서 일을 시작했어요. 그 후 1년 정도는 로스터를 맡아서 그릴 파트를 다루며 또 다른 배움을 얻었고, 지금은 가드망제 파트에서 라인의 흐름을 관리하고 동료들을 돕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포지션을 경험하면서 책임감도 커졌고, 제 시야도 많이 넓어졌습니다.
특히 솔밤이 이전 공간에서 지금의 새로운 공간으로 이사 오면서 큰 변화가 있었어요. 드로잉룸이 생기고, 전체적으로 레스토랑의 구조가 여유로워졌죠. 손님들이 식사를 하시며 경험하시는 부분이 훨씬 좋아졌다고 느낍니다. 예전보다 지금은 주방 환경도 좋아지고 서비스 흐름도 훨씬 안정적으로 바뀌었어요. 저희도 더 집중해서 손님들을 모실 수 있게 되었고, 그 점이 가장 큰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섹션을 경험하면서 어떤 성장을 하셨나요?
앙트르메티에, 로스터, 그리고 지금의 가드망제까지 다양한 파트를 거쳐 보니, 단순히 제 역할만 보는 것이 아니라 팀 전체의 구조를 이해하게 된 것 같아요. 예전에는 제 앞의 일만 보였다면, 이제는 동료들이 어떤 부분에서 힘들어하는지, 또 어디서 서로 도와야 하는지를 조금 더 명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여러 방향에서 레스토랑을 바라보다 보니 시각이 훨씬 넓어졌고, 그게 제게 가장 큰 성장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외식도 많이 다니시나요?
여유가 있을 때, 많은 경험을 해 보려고 합니다. 다른 파인다이닝이나 스시 레스토랑에 종종 가는데요, 스시에서도 많은 영감을 받아요. 굉장히 단순한 형태이지만 이토록 간결하면서도 예리하고 식재료의 정수를 파악하는 음식도 흔치 않거든요. 입에 넣었을 때 단순히 맛있다, 맛없다를 떠나서 먹고 난 뒤에도 여운과 감동이 남고, 생각할수록 오랜 시간과 정성이 담겨 있는 요리가 주는 느낌이 참 좋습니다. 저 또한 이런 기억을 줄 수 있는 음식을 추구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한식 베이스의 요리에서 ‘기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흔히 한식을 이야기할 때 ‘장’을 빼놓지 않죠. 장도 너무나 중요하지만 저는 육수가 모든 출발점이라고 생각해요. 한식을 배우다 보면 모든 요리에 양지, 다시마, 멸치 등 다양한 기본 육수가 들어가는데요. 여기서 깊은 맛이 출발하거든요. 예전에 쉬는 날마다 한복려 원장님에게 궁중음식 과정을 배웠는데요, 약식이나 다식을 만들 때에도 맹물이 아니라 육수를 쓰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반찬과 국, 후식까지 모든 요리의 기본이 되는 것이 잘 만든 한식 육수라고 생각해요.
좋은 요리와 좋은 다이닝 경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처음 요리를 시작했을 때는 솔직히 제가 하고 싶은 요리를 만드는 게 가장 큰 목표였어요. 그런데 지금은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요리는 결국 먹는 사람을 위한 것이고, 손님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더 잘 전달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공감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좋은 요리란 단순히 만드는 사람의 만족에서 끝나지 않고, 상대를 헤아리는 마음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다이닝 경험이란 결국 ‘좋은 추억’을 남기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손님이 떠올렸을 때 “그때 참 좋았지”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기억을 드리는 게 가장 중요하죠. 음식의 온도나 향, 레스토랑의 음악과 분위기까지 모든 것이 그 추억을 완성하는 요소입니다. 그래서 저는 서비스가 요리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훌륭한 요리를 드려도 서비스가 불편하다면 기억이 온전히 좋은 경험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느껴요.

손님을 대할 때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나요?
저는 손님들의 표정을 정말 많이 봅니다. 식사 중에 편안해 보이시는지, 대화를 즐겁게 하고 계신지, 기분이 좋아 보이시는지를 계속 관찰하려고 해요. 그 작은 표정 하나에도 저희가 해야 할 서비스의 방향이 담겨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기회가 있을 때는 대화 속에서 손님의 기분을 읽어내고, 그것을 제가 만드는 요리나 서비스에 반영하려고 합니다. 작은 배려와 세심한 마음들이 모여서 솔밤의 정체성을 만들어 간다고 생각합니다.
솔밤이라는 공간은 어떤 곳이라고 보시나요?
솔밤은 식사를 하는 공간을 넘어 손님들에게 기분 좋은 추억을 남겨드리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드로잉룸에서 시작되는 특별한 응대부터, 홀 팀의 세심한 케어, 그리고 저희가 만드는 요리까지 모두가 손님의 입장을 고려해서 준비됩니다. 그래서 손님들이 떠나실 때, 단순히 맛있었다는 기억을 넘어 “참 기분 좋은 자리였다”라는 추억으로 남을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다양한 협업 경험은 어떤 의미가 있었나요?
솔밤에서는 일본 도쿄의 est, Maz, Den, Florilège 같은 유명한 레스토랑들과 협업을 진행했는데, 그때마다 큰 배움을 얻습니다. 각 셰프마다, 또 레스토랑마다 개성이 전혀 다르고, 그만큼 접근 방식도 다르기 때문에 늘 새로운 자극을 받습니다. 제 안에 있던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는 좋은 기회였어요.
얼마 전에는 말레이시아 페낭의 Au Jardin에서 협업을 했는데, 그곳 셰프들의 모습이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밝고 에너지 넘치고, 요리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이 그대로 느껴졌거든요. 그런 열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저도 많은 감동과 영감을 받았습니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한다는 것 자체가 제게는 큰 기쁨입니다.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단기적으로는 솔밤 팀과 함께 2스타를 목표로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배우고, 작은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먼 미래로는 저 역시 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레스토랑을 열고 싶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경험한 다양한 시각과 배움을 바탕으로 손님들에게 진정성 있는 다이닝 경험을 전할 수 있는 셰프로 성장하는 것이 꿈입니다. 계절감을 가득 느낄 수 있는 한식을 선보이며, 손님들에게 개인적이고 친밀한 서비스를 할 수 있는 형태의 레스토랑을 꿈꾸고 있어요. 아직은 그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경계 없이 폭넓은 지식과 경험을 쌓으며 그 모습을 구체화해 가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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