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수 FOH 시니어
- solbam
- 10월 14일
- 4분 분량
최종 수정일: 10월 15일
솔밤의 프런트 오브 하우스(FOH) 팀에서 진심을 담아 손님을 맞이하며, 따뜻한 기억을 만들어 나가는 박혜수 시니어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어떻게 이 일을 직업으로 삼게 되었나요?
저는 조리고등학교를 졸업했어요. 그런데 요리에 썩 소질이 있지 않은 것 같아서, 다른 길을 고민하고 있었죠. 선생님께서 서비스업과 홀 업무도 중요한 부분이니 고려해 보라고 조언을 해 주셔서 그렇게 첫 걸음을 떼게 되었어요.
저는 어린 나이일수록 다양한 경험을 해 보아야 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다양한 직군을 경험했어요. 처음에는 대형 호텔에 취직해 로비에서 일하면서 서비스업의 가장 기본을 배웠죠. 조리고에서 음식만 배웠다면, 현실에서 경험한 더 커다란 ‘서비스 산업’에 눈을 뜨게 되었다고 할까요? 호텔에 근무할 때, 함께 일하던 바로 위 선배가 굉장히 야무지고 일도 잘 하는 분이셨어요. 호텔 로비는 비즈니스부터 다양한 연령층이 커피를 마시는 등 다양한 일들이 일어나는 공간인데, 때로는 의도치 않게 고객이 불만을 가지고 큰 소리를 내게 되는 경우도 있거든요. 제가 신입으로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아, 고객에게 자리를 안내해 드렸는데 그 자리가 마음에 안 드셨나 봐요. 갑자기 화를 내시더라고요. 그때 선배가 달려와 저를 뒤편으로 보내고 고객을 응대하며 그분의 화난 마음, 이야기를 다 들어 주시고, 마음을 풀어 주고, 자리를 옮기고, 심지어 음료 주문도 받으며 온전히 그 분을 케어해 주셨어요. 어떤 이유에서든 고객의 마음을 헤아리고 이해하며 설득하고 대처하던 그 모습에서 존경할만한 서비스 정신을 느꼈던 것 같아요. 아직도 그 때가 기억이 나니까요.

호텔 이후에는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에서 근무하며 매뉴얼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달았어요. 프랜차이즈이기 때문에 더욱 모든 지점의 맛이 같아야 하고, 그래야 고객이 우리를 믿고 재방문하는데 어림잡아 대충 만들기 시작하면 전체 브랜드의 가치마저 떨어질 수 있다는 점장님의 말에 큰 공감이 갔습니다. 원칙과 매뉴얼, 기본, 브랜드의 일관성을 지키는 것의 중요성을 느끼면서 또 한 발 성장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에서 일하며, 제가 맡은 테이블과 고객님에 대해 막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어떻게 하면 온전하게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 드릴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어요.

솔밤의 서비스는 어떤 특징이 있나요?
솔밤은 홀 테이블을 전 직원이 함께 담당한다는 점이 독특한 것 같아요. 그리고 손님과 소통하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하는 스타일이죠. 손님과 대화를 나누고 교감하는 것의 가치를 존중합니다. 당연한 것 같지만, 때로 레스토랑이 바쁘면 서버가 손님과 대화하는 것이 ‘일을 안 하고 잡담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곳처럼 여겨질 수 있거든요.
여러 명의 서버가 한 테이블을 함께 케어하는 방식은 저희가 개인이 아닌 ‘솔밤의 서비스 팀’으로 전반적인 경험을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그래서 많은 고객 분들이 특정 서버가 아닌 솔밤의 느낌으로 이 식사를 기억해 주실 수 있기도 하고요.

솔밤에서 일한 지 2년이 넘었는데요, 그동안 본인과 팀 모두 어떤 변화를 느끼셨나요?
솔직히 예전에는 서비스업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어요. 하지만 솔밤에서 일하면서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이 일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구나, 그리고 이건 정말 전문성과 집중이 필요한 일이구나—라는 자부심을 느끼게 되었어요.
솔밤은 정말 예상치 못한 디테일까지 신경 쓰는 레스토랑이에요. 조명의 각도, 테이블 간격, 물잔의 위치처럼 손님 입장에서는 잘 느끼지 못할 세세한 요소들까지도 팀 회의에서 항상 다루거든요. 그 작은 디테일 하나로도 손님의 경험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배웠습니다. 매 시즌 메뉴가 바뀔 때마다 소스를 뿌리는 각도나 음식의 방향, 커틀러리 매칭까지 새롭게 고민하는데, 이런 과정을 함께하며 스스로도 정말 많이 배우고 감탄했어요.
솔밤은 사람을 정말 중요시하는 팀이에요. 엄태준 셰프님도, 우리 팀원을 ‘내 사람’으로 아끼고 생각해 주시는 마음이 함께 일하는 입장에서 큰 힘이 됩니다. 그리고 동료들 이야기도 빼 놓을 수 없죠. 저희 팀원들은 열정이 넘치는 분위기에서 일하는데요, (웃음) 매니저님도 동기부여를 해 주는 것에 중요성을 많이 느끼시나 봐요. 저희 팀원들 단체 대화방이 있는데, 여기에 매니저님이 발견한 인스타나 유튜브 컨텐츠들을 자주 공유해 주세요. 서비스업과 관련된 강연이나 영화 같은 것들을 저희들이 보고 함께 새길 수 있도록요.

기억에 남는 손님이나 서비스 경험이 있나요?
특별히 단골손님이라서라기보다, 혼자 식사하러 오시는 젊은 손님들이나 군인분들이 기억에 남아요. 혼자 오신 분들께는 조금 더 이야기를 건네게 되거든요. 다음에 재방문하셨을 때 “다시 뵙네요”라고 인사드리고, 지난 번에 나눈 이야기를 기억해 이어가는 그 순간이 참 좋습니다. 작은 대화 속에서도 서로의 하루가 이어지는 느낌이에요.
또 기억에 남는 건 외국인 손님에게 영어로 서비스를 드렸을 때예요. 사실 제게 영어는 항상 약점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분이 너무 좋았다고, 서비스가 따뜻했다고 직접 말씀해 주셨거든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정말 감사했고,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오히려 제 진심으로 전해졌다는 걸 느꼈어요. 그게 제겐 큰 격려가 됐습니다.
FOH 팀에서는 어떤 업무를 주로 맡고 있나요?
저는 발주와 거래처 컨택을 주로 담당하고 있습니다. 서비스 타임이 3시간 남짓이지만, 그 시간을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선 수많은 기물, 린넨, 소모품이 준비되어야 하거든요. 그래서 항상 세세한 체크를 하고, 부족한 게 없는지 꼼꼼히 관리합니다. 린넨을 발주하고 단가를 조율하거나, 고객에게 최상의 경험을 드리기 위한 작은 요소들을 채워나가는 데 많은 시간을 씁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이런 준비들이 쌓여야 비로소 좋은 서비스가 완성된다고 생각해요.
외부 콜라보레이션 행사에 참여하면서 느낀 점은 무엇인가요?
콜라보레이션은 늘 도전이자 배움이에요. 익숙한 우리 공간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레이아웃, 다른 동선에서 행사를 준비해야 하니까요. 마치 새로운 레스토랑을 오픈하는 기분이에요. 세팅 하나부터 모든 것을 다시 조율해야 하죠. 그 과정에서 다른 업장의 스태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방식과 생각을 공유하는 게 정말 자극이 됩니다.
특히 다른 레스토랑의 단골손님들을 새롭게 만나 우리 팀을 소개할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어요. 우리가 어떤 철학으로 일하고 있는지를 직접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니까요. 매번 힘들지만, 끝나고 나면 “정말 잘했다”는 뿌듯함이 남아요.

서비스업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서비스업의 매력은 바로 ‘실시간 소통’이라고 생각해요. 손님이 지금 만족하고 있는지, 불편함이 있는지를 즉각적으로 느낄 수 있고, 또 그 문제를 바로 해결할 수 있는 열쇠를 우리가 쥐고 있다는 점이요. 매 순간 긴장되지만 그만큼 생동감이 있습니다.
물론 항상 쉽지는 않아요. 손님의 반응이 시시각각 달라지기 때문에, 그 안에서 어떤 답을 내리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늘 고민이 따릅니다. 하지만 그게 바로 이 일이 가진 매력이자 제가 계속 이 일을 사랑하게 만드는 이유예요. 단순히 서비스를 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의 하루를 조금 더 행복하게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개인적으로 집중하고 있는 부분과 앞으로의 방향은 무엇인가요?
올해는 영어 공부에 조금 더 집중하고 있어요. 서비스 멘트나 문법, 표현 하나하나를 새롭게 익히고 연구하면서 손님들과 더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싶어요. 그리고 ‘고객이 진짜 편하게 식사할 수 있는 서비스란 무엇일까?’를 고민하면서 여러 시도를 해보고 있습니다. 말투, 동선, 서비스 타이밍 등 작은 부분을 바꿔보며 더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서비스를 찾아가는 중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