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찬양 FOH 시니어
- solbam
- 9월 19일
- 5분 분량
최종 수정일: 10월 1일
사람을 만나고 대하는 일이 좋아 도전하게 된 서비스직에서 기쁨을 발견하며, 고객들과 함께 에너지를 나누고 있는 송찬양 FOH 시니어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저는 원래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교사 임용을 준비하고 있었어요. 사람을 워낙 좋아하는 성격이라 누군가와 교류하며 가르치는 일이 늘 적성에 맞다고 생각하며 학창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러던 중 친오빠의 권유로 레스토랑 서비스직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죠. 더 많고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꽤 큰 결정이기는 했지만 고민 끝에 첫 도전을 하게 되었습니다. 생각보다 적성에 잘 맞는다는 것을 느꼈고 지금 2년이 되도록 이 일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첫 경력이 궁금합니다.
2022년 1월이 제 첫 도전의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서울의 미쉐린 2스타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밍글스에서 홀 막내로 일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기왕 레스토랑 서비스팀에서 일한다면, 한 살이라도 젊을 때 가장 많은 에너지를 집약하고 있는 파인다이닝 업장에서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아무래도 호텔이나 레스토랑 관련 학과가 아니다 보니 기본 지식이나 배경이 많지 않았어요. 하나하나 선임을 따라 몸으로 부딪치고 배워야 했죠. 모든 것이 새로웠어요. 서비스를 하며 고객의 테이블에 다가가는 방향과 속도, 음식을 내려놓는 방법… 아무 것도 몰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평소에 파인다이닝을 많이 다닌 것도 아니었고요. 하나부터 열까지 다 새로운 마음으로 일을 배웠습니다. 많이 부족했는데, 좋은 업장에서 경력을 시작하며 배울 수 있어서 돌이켜 보니 참 감사한 시기였습니다.
부족한 부분이 많았지만 전혀 배경 지식이 없는 일도 배우며 성장할 수 있다고 느끼고 나니, 자존감도 많이 올라갔어요. 전혀 다른 분야에 도전할 수 있겠다는 에너지도 생겼고요. 단순히 일을 배운 것 뿐 아니라, 제가 성장해가는 것을 느껴 온 덕분에 힘을 얻게 되며 이 일을 더 오래 할 수 있는 원동력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솔밤에서 일하며 본 솔밤만의 특징이 있다면…
솔밤은 특히 서비스가 좋기로 업계에서 유명했기에, 저도 함께 일해보고 싶었습니다. 좋은 기회가 있어 면접을 보고 일하게 되었죠. 모든 레스토랑이든 각자 독특한 개성이 있을텐데요, 솔밤에서는 팀원들이 스스로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나갑니다. 팀에서 실수를 하더라도 직급이 높은 선배들이 개인적으로 불러, 구체적으로 어떤 실수를 했는지 명확히 짚어 주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까지 제시해 주었기에 감정적인 에너지를 소모하는 경우가 굉장히 드물고, 서로를 격려하거나, 명령조보다는 함께 같이 하자는 등의 사소한 말투에는 모두의 노력과 인식이 담겨 있는 곳입니다. 이런 긍정적인 마음과 에너지가 고객에게도 전달된다고 믿어요.
지난 1년 동안 솔밤에서 더 스스로 성장했다고 느끼는 부분은?
솔밤에서 1년이 넘는 시간을 보내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결국 이곳에서의 시간이 제 자신을 더 잘 알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거예요. 처음에는 단순히 일을 잘 해내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쌓이면서 제 경력을 돌아보게 되고, 또 스스로 발전하려는 마음이 더 단단해졌습니다. 단순히 저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팀원들과의 조화를 생각하는 법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었고요. 홀 주니어에서 시니어로 승진을 하면서 ‘더 잘해보자’라는 책임감이 무겁게 다가오기도 했는데, 그 부담이 오히려 저를 더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된 것 같습니다.
이전에는 제 성격이 너무 신중한 편이라 쉽게 겁을 먹거나 스스로를 부족하다고 느낄 때가 많았어요. 그런데 손님들과의 대화 속에서 “겁내지 말고 해봐라”라는 말씀을 들으면서, 또 팀원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그 부분을 깨고 나올 수 있었습니다. 매일 조금씩 부족함을 인정하고, 동시에 발전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게 된 것이 지난 1년 가장 값진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맡게 된 새로운 역할이나 배움이 있다면요?
2025년 봄부터는 솔밤의 차(tea)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담당하게 되었는데, 이 경험이 제게는 아주 특별했어요. 원래 요리와 맛의 조합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차를 블렌딩하고 티 박스를 구성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제게 잘 맞았고 즐거웠습니다. 처음에는 조심스레 시작했지만, 하나하나 시도할 때마다 새로운 발견이 있었고, 차를 만든 뒤 손님들의 반응을 직접 들을 수 있다는 것이 큰 힘이 되었어요.
예를 들어, 봄에는 산수유 꽃이 떠올라서 산수유 열매와 보리순을 꿀과 함께 블렌딩했어요. 제철 국산 재료를 활용하며 계절의 이미지를 담아내고 싶었던 거죠. 여름 차를 준비할 때는 또 다른 도전이었는데, 소믈리에와 상의하며 노하우를 쌓아가다 보니 점점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차 관련 서적을 읽거나, 전문 매장에 찾아가서 시음을 해 보고, 디저트 셰프들과 이야기하며 영감을 얻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코엑스 티 박람회에 가서 다양한 블렌딩 사례를 보면서 저만의 아이디어를 확장할 수 있었죠. 이렇게 차를 매개로 공부하고 탐구하는 과정에서, 제 자신을 다시 한 번 돌아보고 “나는 이런 걸 좋아하고, 잘할 수도 있구나”라는 자신감도 얻게 되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차 메뉴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가장 애정을 담아 만든 차 중 하나는 호박, 대추, 생강을 블렌딩한 차입니다. 안동 생강의 알싸한 맛이 중심을 잡아주고, 대추의 감칠맛과 은은한 단맛, 그리고 호박의 달큰함이 겹겹이 어우러지면서 조화로운 풍미를 만들어냅니다. 단순히 맛의 균형만이 아니라, 각각의 재료가 가진 이야기도 이 차를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였어요. 안동 생강은 알이 크고 굵어서 왕실에도 올랐던 재료이고, 대추는 따뜻함과 달콤함을 전해 주는 상징적인 재료잖아요.
특히 이 차에는 대추 칩을 동그랗게 띄워 시각적으로도 재미를 주었습니다. 손님들이 “차에 대추가 떠 있는 모습이 너무 예쁘다”라고 말씀해 주실 때, 음료에 특별한 경험을 담아드렸다는 생각이 들어 정말 뿌듯했어요. 이런 작은 디테일이 손님들에게 잊지 못할 순간으로 남을 수 있다는 사실이, 차를 만드는 제게도 큰 보람이 되고 있습니다.
서비스 현장에서 가장 크게 성장했다고 느끼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처음에는 손님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것이 굉장히 부담스러웠습니다. 어떤 질문을 드려야 할지, 어디까지 이야기를 이어가야 할지 늘 고민이 많았거든요. ‘괜히 불편하게 만들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기도 했죠.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서비스라는 것은 단순히 정중한 멘트를 건네는 것이 아니라 손님의 여정을 함께 나누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솔밤에서의 세 시간은 고객과 직원이 함께 만들어가는 시간이에요. 손님이 어디에서 오셨는지, 어디로 가실 예정인지, 그분들의 하루와 여정을 공유하며, 저희 또한 그 코스를 즐기고 있다는 마음으로 대화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형식적인 “맛있게 드세요”라는 말만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제 마음이 담긴 질문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손님들도 더 편안해하시고, 저 역시 서비스업이 제 성향에 잘 맞는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어요. 예전의 저였다면 상상하기 어려웠던 변화인데, 지금은 그 과정을 즐기고 있습니다.

레스토랑 서비스업의 매력은…
특히 파인 다이닝에서의 코스 시간은 키친 파트와 서비스팀, 그리고 손님과 함께 하나의 예술작품을 완성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다이닝을 즐기러 솔밤에 방문하신 고객님들은 단순히 허기만 채우려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모든 과정과 경험을 특별하게 기억하고 싶어 하시거든요.
셰프님도 요리의 순서를 비롯해 음식의 다양한 요소들을 구성하신 이유가 있을 것이고, 키친 팀도 매일 열정을 다해 눈으로 담기에도 아까울 정도로 멋진 디쉬 하나하나를 완성합니다. 저희 서비스팀은 그 음식을 손님 테이블에서 정확하면서도 부드럽게 설명해 드리며, 동시에 손님 개개인의 니즈를 충족시켜 드리려고 해요. 손님과 함께 솔밤의 모든 직원이 하나의 작품을 함께 만들어간다고 할 수 있죠. 그래서 단순히 ‘일’을 하는 것을 넘어, 매 순간 모두의 노력을 담은 하나의 작품을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이 또한 서비스업의 매력이죠.
추구하는 서비스 스타일이 있다면?
손님의 편안함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때로 정중한 레스토랑 서비스를 처음 배우다 보면 제공하는 사람이 만든 완벽한 그림에 손님을 맞추려는 욕심이 생길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특히 솔밤에서는 편안하면서도 정도를 갖춘 서비스 스타일을 함께 만들어나가고 있어요. 예컨대 컵은 손님의 오른쪽에 세팅한다는 등의 규칙이 있지만 사람에 따라 자연스럽게 컵을 왼쪽에 두며 사용하는 분도 계시거든요. 이런 것을 매 번 저희의 눈에 맞게 옮기며 손님을 미묘하게 불편하게 만들기보다는 저희가 잘 관찰해 손님의 편안함을 이해하고, 그 스타일에 녹아들며 맞춰 나가야 좋은 서비스를 할 수 있어요.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저는 실수하는 것을 무서워해요. 실수에 대한 불안과 스트레스도 큰 편이고요. 그래서 실수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잘 준비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죠. 외국인 손님이 오시는 날은, 메뉴 설명을 영어로 몇 번씩 반복해 공부하고, 외우고 제 목소리를 스스로 녹음해 출근길에 수십번 반복해서 들으며 연습해요. 그러지 않으면 막상 테이블 앞에 섰을 때 머리가 하얘지거든요. 마음이 안정되도록 준비하는 것이 스트레스를 줄이는 저만의 노하우에요.

먼 훗날, 꿈꾸고 있는 모습이 궁금합니다.
가장 먼저는 영어를 더 자연스럽게 구사하고 싶습니다. 단순히 멋지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손님이 제 의도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분명하고 따뜻하게 소통하는 것이 목표예요. 외국인 손님과의 대화가 점점 늘어나면서 언어에 대한 갈증이 커졌는데, 조금 더 자신 있게 제 생각을 영어로 표현하고 싶습니다.
또 하나는, 차와 다과를 더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손님들이 “음식도 훌륭했지만, 마지막에 마신 차도 정말 맛있다”라고 말씀하실 수 있도록, 맛과 시각적인 부분 모두에서 즐거움을 드리는 경험을 만들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평소에도 다양한 블렌딩을 시도하고, 데이터를 쌓아가며 제 자신을 유연하게 확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더 먼 미래에는, 여전히 교육자로서의 길에 대한 꿈이 남아 있습니다. 처음부터 사람을 가르치고 함께 성장하는 일을 좋아했는데, 지금은 솔밤에서 받는 긍정적인 에너지와 자극이 그 꿈을 더 굳게 만들어 주고 있어요. 지금은 현장에서 경험을 쌓으며 배워야 할 시기이지만, 언젠가는 이 모든 과정을 바탕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교육자가 되고 싶습니다. 레스토랑 매니지먼트에도 늘 관심을 두며 학업도 함께 병행하겠다는 꿈도 있고요. 레스토랑의 좋은 매뉴얼을 만들거나 팀원을 관리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등의 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차근차근 실무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한 시기라고 봐요. 20년 후에 제가 그리는 모습을 이루기 위해, 지금 현재에 늘 최선을 다하고 있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