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원 수셰프
- diningmediaasia8
- 6월 30일
- 5분 분량
최종 수정일: 7월 8일
팀이 곧 동력이고, 기준은 타협 없이 높게 잡아야 한다는 김종원 수셰프. 솔밤에서의 시간 속에서 성장과 책임을 배운 그의 진심 어린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요리를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어린 시절부터 맛에 민감했어요. 그래서 주변에서도 요리 쪽을 해 보면 어떻겠냐는 말을 듣곤 했죠. 사실 진학을 할 무렵에는, 딱히 하고 싶은 것이나 꿈이 없었어요. 그래서 평소에 관심이 있던 조리과에 지원하려 했는데, 아버지가 많이 반대하셨죠.
서울에서 일도 하고, 독학으로 조리사 자격증을 준비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한 이탈리안 뷔페식 레스토랑의 홀 서빙 아르바이트생으로 들어갔어요. 그때 셰프님이 제가 조리사 자격증 준비도 하는 것을 알고, 주방에서 일하면 어떻겠냐고 권유하시더라고요. 그렇게 3년이 넘게 쭉 그곳 주방에서 일을 배웠어요.

어떤 경력을 쌓아 오셨나요?
저는 ‘파인다이닝’에 대한 환상이 없었어요. 뷔페 레스토랑에서 일을 시작해서, 사실 정확히 파인다이닝이 무엇을 하는지도 잘 몰랐죠. 그냥 재료로 멋을 내고 플레이팅만 요란하게 멋을 부리는 실속 없는 곳이라는 생각했어요. 그런데 여기까지 오다니, 저도 돌이켜 보면 신기해요.
제가 이직하고, 새로운 업장에서 엄태준 셰프님을 처음 만나 인연이 생겼어요. 벌써 6년이 꼬박 지난 일이죠. 저도 그 당시엔 어렸고, 셰프님도 스물아홉이셨던 것으로 기억해요. 근데 그때부터 엄 셰프님은 늘 “난 미래에 이런 일을 할 거야,”라고 입버릇처럼 포부를 말하고 다니더라고요. 40살까지는 어떤 목표가 있고, 그 과정에서 이런 일들을 할 것이고… 이런 모습이 조금은 허세가 아닐까 생각도 했죠. (웃음) 그런데 몇 년간 셰프님과 가까이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진짜 그 말을 독하게 다 실천을 하더라고요. 그 말들이 모두 진심이었던 거죠.
그 사이에 엄태준 셰프님과 저는 각자의 길을 갔어요. 마지막에 제가 대중적인 레스토랑의 헤드셰프로 미국에 다녀오기도 하고, 코로나의 타격으로 다시 서울로 돌아와 프리미엄 돼지고기 레스토랑에 들어왔지만 왠지 의욕이 생기지 않았죠. 그 매장에서 매출이 나오지 않자, 대표님이 인원을 줄이고 싶다고 저에게 오셔서 어떤 직원을 내보낼지 상의하는데… 제가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더라고요. 그렇게 일을 마치고 쉬고 있는데 엄태준 셰프님이 저를 찾아오셔서 솔밤에 합류해서 같이 해 보자고 설득하셨어요.

4년의 시간이 빠르게 흘렀습니다. 솔밤의 지난 시간은 어떠셨나요?
어느새 만 4년을 채워 갑니다. 사실 처음에는 그냥 ‘2년만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죠. 그땐 저도 파인다이닝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고, 막상 들어와보니 쉽지 않았고요. 그러다 직급이 올라 수셰프가 되고 나서는 ‘그럼 1년만 더 해볼까?’ 계획을 바꿨어요. 근데 어느새 그 1년도 지나가더라고요. (웃음)
솔직히 요리를 직업으로 삼으면서 매일같이 열정에 불타오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에요. 그렇다고 열정이 사라지지는 않아요. 그냥 파도처럼, 오르락내리락하는 것 같아요. 어느 순간은 살짝 가라앉기도 하고요. 근데 그럴 때마다 팀원들을 보면 다시 힘이 나요. 솔밤은 그런 팀이에요. 그리고 외부 콜라보레이션이나 레스토랑 행사 같은 것들을 하면서도 자극을 많이 받아요. 그런 것들이 저에게는 새로운 에너지예요.

콜라보레이션 행사로 동기부여를 받은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콜라보는 정말 팀 전체에 에너지를 주는 기회라고 생각해요. 물론 함께하는 셰프들도 중요하지만, 저한테는 오히려 다른 레스토랑의 젊은 요리사들이 더 인상 깊어요. 라인 쿡들, 막내들이요. 실제로 그 공간을 만들어나가는 사람들과 함께 어깨를 맞대고 일하면, ‘세계 어디에서든 다들 이렇게 열심히 살고 있구나’ 하는 마음이 들어요.
얼마 전 대만에 출장 갔을 때, 태국이나 일본, 대만 팀들과 함께 했는데… 정말 감명 깊었어요. 그중엔 저보다 훨씬 어린 친구들도 있었는데요. 행사 당일에도 자기 일 하느라 바쁠 텐데, 저희 일을 도와주려고 하고, 배우고 싶어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어요. 그런 자세를 보면 마음의 온도가 확 올라가요. 그 경험 덕분에 우리 레스토랑의 기준도 다시 점검하게 되고, 더 높은 스탠다드를 향해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솔밤에서 4년 가까운 시간을 보내며 본인의 시각에도 변화가 있었을 것 같아요.
정말 많이 달라졌어요. 지금 돌아보면, 처음엔 아무것도 모르던 사람들이 모여서 그냥 ‘파인다이닝을 잘해보자’는 마음 하나로 시작했던 것 같아요. 사실 다른 레스토랑 경력이 거의 없는 친구들도 많았고요.
근데 저희가 매일같이 진심으로 일했어요. 그게 결국 솔밤만의 색을 만들어낸 거죠. 엄태준 셰프님의 개성이 자연스럽게 솔밤이라는 공간 안에 녹아들고, 팀원들의 일하는 방식에 스며들면서 점점 더 섬세한 ‘솔밤스러움’이 생겼다고 느껴요.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저희 팀에 더 잘 맞는 사람들,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들이 채용되기 시작하면서, 팀이 훨씬 단단해졌어요.
팀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겠네요?
맞아요. 확실히 지금은 더 ‘솔밤다운’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는 느낌이에요. 신기한 게, 새로 면접을 볼 때도 자연스럽게 우리 분위기에 맞는 사람이 뽑히고, 교육도 그 방향으로 흘러가요. 이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닌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참 잘 정착된 것 같아요.
그럼 ‘솔밤스러움’은 어떤 걸까요?
이건 말로 딱 정의하긴 어려워요. 근데 여기에 들어와서 일해보면 어느 순간 알게 돼요. 저희가 직원을 뽑을 때, 하루 이틀 트라이얼만으로 그 사람의 성격이나 인격을 다 알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저희는 정말 기본적인 태도를 봐요. 잠깐 시간이 날 때 정리정돈을 스스로 한다든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주방의 부족한 부분을 채운다든지. 바닥에 뭔가 떨어져 있으면 말 없이 주워서 치울 수 있는 사람. 당연해 보여도 그런 사람이 많지 않아요.
이건 엄 셰프님 영향이 커요. 저도 어느 순간부터 이런 기준을 정말 중요하게 여기게 되었고요. 기본이 잘 잡혀 있는 사람일수록 가르치는 것도 쉬워요. 실제로 그런 사람일수록 오래 남고, 저희와 잘 어울리더라고요.

솔밤에서 본인의 역할은 어떻게 바뀌었나요? 가장 큰 도전은 무엇이었나요?
처음 입사했을 땐 그냥 배우는 것만으로도 벅찼어요. 근데 수셰프로 진급하고 나서는 상황이 달라졌죠. 나 하나만 잘하면 되는 게 아니라, 팀을 이끌어야 하니까요.
사실 겉보기엔 화목해 보이는 팀도, 크고 작은 갈등은 다 있어요. 감정적인 부분도 생기고요. 처음엔 그런 걸 조율하는 게 너무 어렵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어요. 다들 잘 지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강해서, 고민도 많았고 에너지도 많이 들었죠.
그런데 요즘은 생각이 달라졌어요. 관계는 결국 개인의 몫이더라고요. 더 높은 직급의 사람은 그보다는 ‘우리 레스토랑에서 진짜 중요한 게 뭔가’ 그걸 생각해야 해요.
제가 축구를 좋아하는데, 예전에 레알마드리드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한 문장이 인상 깊었어요. “우리는 서로 친해서 한 팀이 된 게 아니다. 경기에서 이기기 위해 모였다.” 솔밤도 그래요. 물론 저희는 기본적으로 정이 많고, 다들 열린 마음으로 대하는 팀이지만, 굳이 다 친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 에너지가 좋게 흐르면 되는 거죠.
현재 솔밤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맡고 계신가요?
지금은 수셰프로서 헤드 셰프의 철학과 원칙을 팀 안에서 잘 실현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저희가 항상 이야기하는 원칙 중 하나가 “타협하지 말자”예요.
그래서 저는 서비스 시간 동안, 손님에게 나가기 전 음식 하나하나를 최종 점검해요. 플레이팅이 정확한지, 간은 맞는지, 전체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손님에게 나가기 전에 마지막 방파제가 되는 거죠.
어떻게 보면 그 한 접시로 손님의 경험이 결정될 수 있기 때문에, 저도 진지하게 임할 수밖에 없어요. 제 손을 거쳐 나가는 것이니까요.

이제 솔밤에서의 시간이 꽤 되었는데, 어떤 의미로 자리 잡았나요?
어느 순간부터 솔밤이 단순한 ‘일터’가 아니라, 진짜 ‘삶의 공간’이 됐어요. 이곳에서 일하면서 결혼도 했고, 아이도 낳았거든요.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들이 솔밤 안에서 이뤄진 셈이에요. 그래서 더 각별하게 느껴져요.
앞으로는, 일단 미쉐린 2스타라는 목표를 향해 함께 가고 싶어요. 셰프님의 철학을 팀원들에게 잘 전달하는 사람으로서, 이 팀이 한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라고 있어요. 물론 별 하나, 별 두 개가 저희 노력을 다 보여줄 순 없겠지만, 요리를 하는 사람으로서 그 기준은 여전히 중요한 거니까요. 2스타를 받는다는 건 우리가 타협 없이 쌓아온 것들이 객관적으로도 인정받는 거잖아요. 그래서 더 의미 있어요.
최근에는 어떻게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계세요?
최근엔 동갑내기 셰프들끼리 모임이 생겼어요. 다른 파인다이닝 레스토랑들에서 헤드셰프 혹은 수셰프 역할을 하고 있는 셰프들과요.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오래 일한 친구들이에요. 어떤 친구는 한 곳에서 7~8년 일했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4년 가까이 솔밤에서 일하면서도 ‘꽤 오래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야기를 들으니 적어도 5년은 해봐야 하지 않겠나 싶더라고요. 그렇게 함께 이야기 나누고 교류하다 보면 생각도 바뀌고, 자극도 많이 받아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제일 큰 힐링이에요. 아기가 하루가 다르게 크는 모습을 보는 게 정말 행복하거든요. 그게 제일 확실한 회복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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