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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수 수셰프

  • diningmediaasia8
  • 5일 전
  • 4분 분량

이진수 수셰프는 먹는 사람을 웃음짓게 만드는 음식을 위해, 오늘도 솔밤의 주방을 든든히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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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요리를 시작하게 되었나요?

중학교에 다니던 때, 제가 손재주가 좋다며 선생님께서 제과/제빵을 배워 보는 것은 어떻냐고 제안하셨어요. 그래서 제과를 배우기 시작하다가 요리에 더 관심이 커지며 진로의 방향을 잡게 되었죠. 대학도 요리를 전공으로 진학했는데, 처음에는 양식에 관심이 많아서 학창시절에도 틈 날 때마다 다양한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파스타, 캐주얼 레스토랑 등 가리지 않고 학기 중과 방학에 일을 했죠.

 

그러다가 제가 대학교 4학년 때, 서울에 미쉐린 가이드가 런칭한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저 또한 기대되는 마음으로 스타 공개 행사를 지켜본 것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저는 미쉐린 스타 발표가 나면 그 레스토랑들에 예약조차 하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서울에도 스타 레스토랑들이 생기고, 저도 이런 곳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죠. 그 후 한국, 미국 등 스타 레스토랑들을 거쳐 솔밤에 합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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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어떤 배움을 얻으셨나요?

다양한 업장을 거치며, 요리사로써의 기술적인 부분과 마음가짐에 대해 폭넓게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첫 직장에서는 양식 기술과 더불어 일본 요리에서 재료를 다루는 방법을 알게 되었고, 두 번째 직장에서는 미국에서 가장 핫한, 현대적인 레시피와 테크닉을 많이 배웠던 것 같아요.


그리고 주방에서 일하는 직원으로써 사소한 예의부터 조직에서 일하는 법도 많이 알게 되었죠. 미국에 갔을 때에는 주방의 문화를 새롭게 받아들인 것 같아요. 아무래도 한국보다 규모가 크고 체계적이다 보니 그런 부분에서도 영감을 얻었고요. 식재료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는데요, Saison에서 셰프는 매일 아침 일찍 시장에 들러서 재료를 사 왔거든요. 예를 들어 아침에 토마토를 사 온 뒤 일하는 직원들에게 먹어 보라고 하고, 어떻게 요리해야 할지에 대한 생각을 묻고 대화를 나누기도 했어요. 그런 것들이 또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더군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소통하고, 함께 일하는 것들이 새로웠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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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밤에서의 2년, 무엇이 가장 달라졌나요?

솔밤에 합류한 지 이제 2년이 되어갑니다. 처음 들어왔을 때는 주어진 것을 최대한 흡수하고 배우는 데 집중했다면, 지금은 팀과 함께 성장의 방향을 만들어가는 데 더 마음을 쓰게 되었어요. 엄태준 셰프님의 피드백을 받으며 팀원들과 하나의 문화를 세워 나가고, 그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제 스스로도 성장했다고 느낍니다. 일을 해갈수록 ‘아, 내가 이런 면을 새롭게 발견했구나’ 하는 순간이 많아요. 메뉴 개발에도 훨씬 많이 참여하게 되었고, 단순히 배우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문화를 만드는 구성원이라는 책임감도 커졌습니다.

 

수셰프로서의 역할에 대해 어떤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솔밤에 오기 전에는 ‘리더는 팀원을 끌고 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일하면서, 리더가 방향만 제시하는 사람이 아니라, 팀과 함께 더 나은 문화, 함께 성장하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개인적인 우선순위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성격이 좀 까칠해도 일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 인성, 리더십이 실력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레스토랑은 장기적으로 함께 일하는 공간이니까요.


또 하나, 리더가 팀원에게만 피드백을 주는 게 아니라, 팀원이 리더에게 주는 피드백도 정말 전체적인 성장에 도움이 될 때가 많습니다. 서로의 생각이 다를 때도 열린 마음으로 의견을 듣고, 때로는 제 방향을 다시 검토하게 되면서 리더십도 한층 성숙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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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적인 주방 팀의 모습은…

예전에는 강하고 압박적인 환경이 최선이라고 믿었습니다. 욕설이 오가도, ‘열정’이라는 이름으로 어느 정도 정당화되곤 했죠. 하지만 지금은 존중과 절제가 있는 팀이야말로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성장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자신의 기량을 편안하게 발휘할 수 있는 환경에서, 각자의 에너지가 어우러져 만들어낸 한 접시는 훨씬 더 좋은 결과물이 됩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문화를 만들어 나가며, 무엇이든 하나라도 더 먼저 하려는 습관이 이상적인 주방의 모습이라고 생각하고, 솔밤에서 그걸 매일 보고 배우고 있습니다.

 

솔밤만의 리더십 구조는 어떻게 만들어지나요?

엄태준 셰프님이 방향을 제시하면, 아래 팀원들이 가지를 뻗어 강화하고 보완합니다. 셰프님이 배의 선장이라면, 우리는 각자 맡은 위치에서 그 배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서포트하는 역할을 하는 셈이죠. 키를 잡고 있는 선장 혼자만으로는 배가 움직이지 않습니다. 주방 안에서, 각자의 파트에서, 서로가 맡은 영역을 나누어 책임지고 움직이기 때문에 배가 제대로 전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셰프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일까요?

누구나 실수할 수는 있지만 이걸 얼마나 빨리 해결하는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어떻게 멘탈을 관리하고, 망가진 것을 좋은 상태로 끌어올리느냐가 정말 중요해요. 솔밤에서는 타협이라는 단어가 쓰이지 않아요. 그래서 때로는 서비스 직전, 만들어 둔 소스를 모두 버려야 할 때도 있고, 변수가 많은데, 어떻게 흔들리지 않고 빨리 이 상황을 원상복귀할지 초점을 맞추는 평정심이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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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극복한 챌린지가 있었다면…

돌이켜보면 요리보다 더 어려운 건 ‘사람’입니다. 모든 사람이 서로 완벽히 맞을 수는 없어요. 예전에는 직급을 이용해 의견을 관철시키는 경우가 많았지만, 솔밤에서는 셰프님과 동료들을 보며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게 결국 레스토랑을 더 성장시키는 길이라는 것도 알게 됐고요.

메뉴 개발에 있어서도 셰프님의 방향성 아래, 함께 연구하고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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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밤 R&D 키친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솔밤에는 ‘리서치 키친’이 있고, 수셰프들이 돌아가며 리딩을 맡습니다. 이번 시즌 이후부터는 제가 담당하게 되었고, 최근 안동 리서치도 함께 다녀왔습니다. 두 명의 수셰프와 페이스트리 셰프가 각자 리서치를 통해 방문지를 선정하고, 현장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공유하며 보고서를 작성했어요.


리서치의 시작점은 항상 ‘식재료’입니다. 한국 각 지역과 계절 재료를 조사하고, 그 데이터를 아카이빙해 두죠. 이렇게 쌓인 자료가 있어야 내년, 그다음 시즌에도 더 나은 개발이 가능합니다. 솔밤이 처음에는 체계 없이 시작했지만, 이제 5년 차를 앞두고 있는 레스토랑으로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데이터와 기초 공사가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통영의 ‘합자장(홍합 엑기스)’을 발견해 저희만의 방식으로 메뉴에 녹여냈고, 안동에서는 저희가 사용하는 ‘제비원 간장’에 방문해 깊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맑은 공기 속에서 전통 방식으로 만드는 장을 보며, 그 풍미를 어떻게 요리에 녹일지 고민하는 시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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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협업도 많아졌는데요.

해외와의 협업은 언제나 저를 ‘우물 안 개구리’에서 꺼내줍니다. 주방에서 늘 하던 방식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레스토랑에서의 좋은 점, 다른 퀴진과의 조합, 새로운 조리 방식 등을 접하면서 시야가 훨씬 넓어졌습니다. 돌아와서 메뉴에도 영향을 미치고, 결과물의 폭도 넓어졌어요.


또, 해외 셰프들과의 교류를 통해 한국 안에서만 형성된 네트워크를 넘어, 어디를 가도 연결될 수 있는 인맥이 생겼습니다. 일로써 동료가 되고, 그 안에서 배우는 것들이 제게 큰 자산이 되었죠.

 

앞으로의 계획은…

지금은 가까운 목표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돌발 상황이나 변수가 없는 하루를 감사하게 생각하며, 남은 약 4개월을 무탈하게 마무리하는 것이 올해의 목표입니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흘러가는 하루가 사실 가장 좋은 하루라는 걸 느끼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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