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하라’라는 좌우명을 가진 신현수 가드망제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어떻게 요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나요?
할머니와 이모, 삼촌이 해외에서 외식업을 하셨어요.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에 한식 레스토랑을 여럿 가지고 계셔서, 자연스레 레스토랑 사업에 관심이 있었지요. 한식 체인 레스토랑이었는데, 저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운이 좋게 영업이 잘 되기도 했고요.
원래 요리를 전공했나요?
아뇨, 원래는 디자인을 공부하다가 적성에 맞지 않아 학업을 중간에 그만 두고, 저도 장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군대에 다녀온 뒤 스물 네 살 무렵, 외가의 레스토랑에서 일을 도와주며 처음으로 경험을 해보았죠. 1년간 카운터를 보며 매장의 잡다한 일들을 했어요. 아무래도 손님들이 식사하고 나가며 결제하는 경험을 계속 하다 보니, 외식업을 하면 노력이 보상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나름대로 아쉽거나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부분도 보이기 시작하며 제가 더 잘 배우고 알게 되면, 저도 잘 해볼 수 있겠다는 꿈을 가지게 되었어요.
그 이후엔 어떤 경력을 쌓았나요?
한국으로 돌아와서 음식점에서 일해보고 싶은데, 요리를 전공한 것이 아니다 보니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프렌차이즈 레스토랑에 지원을 해 채용되었어요. 대형 이탈리안 체인 레스토랑이었는데, 시스템이 아주 잘 짜여 있었죠. 장점이기도 했지만 계속 반복되는 일만 하게 되었어요. 이곳에서 2년 정도 일을 했는데, 레스토랑 주방에 대한 아주 기본적인 부분을 배웠던 것 같아요. 식재료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팀의 인원이 어떻게 서로 각자의 일을 해야 안정적으로 돌아가는지, 서비스 타임에는 어떻게 일해야 효율적인지 같은 부분들이죠. 하지만 아무래도 진짜 요리를 만든다기보다는 이미 만들어진 요소들을 조립하거나, 간단히 조리해 내는 것들이 대부분이었어요. 그래서 요리를 많이 배우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보다 수준 높은 요리를 내는 곳에서 경험을 쌓고 싶어서 새로운 곳에 지원하게 되었어요.
다음엔 어느 레스토랑으로 가셨나요?
미쉐린 가이드에 등재되기도 한 와인바 ‘오프닝’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이곳에서 일을 하기로 하고, 셰프님들의 소개로 도우룸이라는 이탈리안 파스타 레스토랑에서도 스타지를 할 수 있었고요. 그 때가 2021년이었는데, 도우룸에 있으며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의 기본 생각과 태도에 대해 다시한번 정비하고 생각할 수 있었던 기회에요. 아무래도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에서는 전체적인 브랜드의 일관된 맛과, 효율성이 정말 중요하거든요. 장점도 있지만 때로는 ‘왜 이렇게 하는지’에 대해 크게 고민하지 않고 관성적으로 변하게 되기도 해요. 그런데 도우룸에서 일하며 같은 파스타라도 왜 건면이나 생면을 써야 하는지, 왜 이 소스와 잘 어울리는지 다양한 부분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고민하는 태도를 배웠습니다.
그 이후의 경험도 궁금합니다.
도우룸에서 스타지를 하고, 본격적으로 와인바 오프닝에서 일을 시작했어요. 3년간 일을 하며 다양한 섹션에서 일도 해 보고, 요리의 틀을 다시 잡을 수 있었죠. 프랜차이즈에 일할 때는 아무런 고민 없이 행동하던 부분에 대해서도 새롭게 고민하는 동료들을 보며 많은 것을 느꼈어요. 처음에는 왜 저런 부분까지 생각하는지 잘 알 수 없었지만, 그런 디테일이 쌓이다 보면 굉장히 큰 차이가 되더군요.
그리고 다양한 분야의 분들과 교류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회사에서 와인바 운영 뿐 아니라 디저트나 케이터링 사업도 하고, 피자 브랜드 레스토랑도 가지고 있다 보니 내부적으로 다양한 분야의 직원이 함께 일했거든요. 사무실이 위에 있었는데, 브랜딩하는 분들, 경영지원, 디자이너, 이런 분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눌 일도 많았습니다. 각자 하는 일은 다르지만 모두 외식업과 관련된 분들이잖아요? 많은 곳에서는 레스토랑에서 일하면 주방팀이나, 홀 팀과의 교류가 전부인 경우도 많은데, 시야을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어떻게 솔밤에 오게 되었나요?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에서 일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얼마나 높은 수준의 음식을 만드는지 정말 궁금하기도 했고요. 저는 사실 언젠가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는 ‘연탄집’을 하는 것이 구체적인 꿈이기도 한데요, 왜 파인다이닝에서 일하냐는 질문을 받기도 해요. 제게 솔밤에 있다는 것은, 좋은 시각을 배우는 것이에요. ‘최상’이라고 꼽히는 부류의 뛰어난 조직에서 일하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필요해요. 그게 카페든, 호텔이든요. 그래서 이런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교류하고,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간 경험은 결국 다른 어떤 일을 하더라도 실력과 디테일로 반영될 수 있다고 보거든요. 그래서 제가 하고싶은 일이 꼭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의 오너 셰프가 아니더라도, 이곳에서의 경험은 가치있다고 믿고 있어요. 똑 같은 삼겹살집을 하더라고 분명 다른 사람들과 차별점을 만들어 줄 수 있는 포인트를 스스로 찾아낼 수 있는 힘이 더 생길테니까요.
솔밤에 와서 일하며 무엇을 느끼고 있나요?
완벽을 추구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정말 작은 것 하나라도 타협하지 않는다는 것을 몸소 느꼈어요. 아주 작은 규격의 오차라도 있으면 무엇이든 다시 해야 하죠. 처음 솔밤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 제가 노력을 하는데도 눈과 손에 익지 않아 보지 못하는 부분들에 대해 정말 많이 재작업을 하게 되며 스스로도 기준이 높아지게 되고, 좋은 퀄리티를 볼 수 있는 눈을 조금씩 갖춰 가고 있습니다. 어느 곳과도 비할 바 없이 예리하고 날 선 퀄리티와 주방, 홀 팀, 서비스.. 모든 부분들이 인상깊고, 함께 기준을 맞춰가고 있죠.
초반에 일을 시작하고 제가 잘 몰라서, 옷을 잘못 입고 온 적이 있어요. 솔밤에서는 조리복 안에 반드시 흰색 옷을 입고, 양말은 검은색으로 하는 등 작은 규율들이 있는데요. 처음에 이런 부분을 잘 모르고, 무난한 색이라고 생각해서 검은 티셔츠를 입은 뒤 조리복을 입고 일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셰프님이 저를 보고 왜 이렇게 옷을 입었냐며 당장 나가라고 하시는 거에요! 쫓겨날 위기였는데, 편의점으로 달려가 아무 흰색 티셔츠나 사서 입고 겨우 일할 수 있었어요. 처음엔 당황했지만 결국 모든 면에서 솔밤만의 기준을 갖추고, 작은 흐트러짐 없이 모든 것이 완벽하게 제공되는 것, 주방에서 일하는 모든 요리사들의 모습까지 하나의 서비스이자 솔밤의 이미지라고 여기는 기준에 대해 저도 생각하고 느끼는 바가 있었습니다.
훗날 어떤 미래를 꿈꾸고 있나요?
연탄집을 하며 안정적인 수입을 만들고, 언젠가는 제가 자란 동네에서 저녁에만 오픈하는 아늑하고 작은 와인바를 운영하고 싶어요. 제 인생의 좌우명이 ‘도전하라’인데, 그때까지 다양한 도전을 이어가며 꿈을 이루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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