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커밍’, 이 한 단어에 환대 서비스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고 말하는 이세라 캡틴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커피를 좋아했어요. 그래서 관광고등학교에 진학을 해서 커피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기도 했죠. 그런데 알고 경험할수록, 제가 본 ‘커피’도 결국 서비스업과 맞닿아 있더라고요. 훌륭한 기술로 원두를 로스팅하고 추출하는 것도 분명 중요하지만, 결국 그 완성은 어떻게 커피를 전하는지에 핵심이 있었어요. 사람을 대하고, 음식과 음료를 전하는 일에 가치를 느껴서 해외 유학을 생각하게 되었죠.
호스피탈리티를 좀 더 넓은 시야에서 경험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 프랑스의 호텔학교로 유학을 결심했어요. 유학을 떠나기 전, 부산의 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6개월 정도 직원으로 일도 했고요. 일을 시작하니 더 큰 재미를 느끼고 푹 빠져들었던 것 같아요. 실제로 현장에서 고객을 응대하며 책으로 알고 있던 서비스의 방식과 어떻게 다른지 몸소 느끼며 경험의 중요성도 느꼈죠. 주방과 프론트, 고객 분들… 이 모든 요소가 제게 자극이 되었고 역시 더 많이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어가 다른 프랑스에서의 유학이 어렵지 않으셨나요?
사실 언어가 정말 큰 장벽이에요. 아무리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을 듣는다고 해도, 인턴을 하거나 현장 실습을 할 때 마주하는 사람들은 프랑스 사람들이니 불어가 필수였죠. 언어가 능통하다면 절반은 해결한 셈이에요. 그래서 밤마다 불어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해야 했어요.
유학을 가기 전에도 언어 문제는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현실에 가 보니 그것은 일부더라고요. 한국이 행정서비스 처리가 정말 빠른 편이에요. 프랑스에서는 무슨 서류를 하나 발급 받으려고 해도, 빨라야 1달이거든요. 파업도 정말 잦고요. 이런 문화적, 사회적 차이가 커서 생각지도 못한 어려움도 많았어요.
그럼에도, 유학 생활은 저의 시야를 많이 넓혀 준 계기가 되었어요. 그 시기가 아니었다면 못 해 보았을 경험이기도 하고요. 프랑스는 관광 산업이 극도로 발전한 나라이고, 그만큼 환대 서비스의 역사도 깊어요. 한국과 다른 점이 얼마나 있을까 궁금했는데, 막상 가보니 손님과 직원 사이에 엄격한 경계와 격식이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친밀하고 개인적인 방식으로 소통하는 트렌드가 느껴지더라고요. 한국에서 일하면서는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이런 말들을 많이 썼는데, 제가 본 프랑스 호텔리어들의 모습은 손님과 가족의 안부를 나누는 것처럼 개별적이고 친밀한 대화를 추구하는 것 같았어요. 그런 따뜻한 느낌이 참 좋았습니다.
어떤 업장에서 경력을 쌓았나요?
유학 기간 동안 한 주는 수업을 듣고, 한 주는 학교 소유의 호텔 건물에 건너가서 파트를 배정받아 바로 실습에 들어가는 것으로 운영 되었어요. 그리고 반 년 동안 프랑스 남부의 휴양도시인 니스의 호텔에서 인턴을 하기도 했고요. 학점 인정을 위해 한국의 정식당으로도 지원을 할 수 있었는데, 당시에 해외의 업장에서 일을 해 볼 수도 있었지만 한국의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에서 일을 해 보고 싶었어요. 결국엔 저는 한국에서 일을 할 것이고, 한국의 업장을 경험해야 유학을 하며 배우는 것들이 조금 더 체계적으로 의미 있게 다가올 것 같았죠.
그렇게 정식당에서 일을 시작하고 나서 6개월이 지나고, 다시 학교로 돌아갈 시기가 되었는데 공교롭게도 제 이름이 기숙사 명단에서 누락되는 사고가 있어 한 학기 정도의 기간을 더 일하게 되었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 보니 코로나가 전 세계에서 난리라 해외로 출입국이 어려워진 탓에 결국 프랑스로 다시 돌아가지 못하고 여기에 오게 되었네요. 그래도 학교에서 얻은 배움에 못지 않을 만큼 현장에서 귀한 시간을 보내며 지식과 경험을 얻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본격적으로 서비스인의 길을 걷게 되었어요.
솔밤에는 어떻게 오게 되었나요?
같이 일을 하며 동료였던 고동연 소믈리에가 솔밤에서 오픈 멤버로 일을 시작한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제가 같이 이직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하지만 우연한 기회로 하루 정도 서비스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고, 이 곳의 분위기에 깊은 인상을 받게 된 것 같아요. 가장 특이했던 점은.. 보통 이렇게 서비스 아르바이트를 할 때 셰프님이 먼저 나와서 “오늘 하루 잘 부탁드립니다” 라고 인사를 해 주시는 경우는 들어 본 적이 없거든요. 그런데 엄태준 셰프님이 그렇게 해주시더라고요. 그 때 정말 인상 깊었어요.
이세라 캡틴이 보는 솔밤은 어떤 곳인가요?
제가 전에 근무한 곳들은, 어쩌면 이미 잘 만들어져 갖춰진 곳들이었다면, 이곳은 다 같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나가는 느낌이 강해요. 하나 하나 쌓아올리는 것 같다고 할까요? 레스토랑과 음식, 그리고 팀에 관한 관점까지 셰프님이 하나하나 그런 고민을 하시고, 실제로 많은 부분들이 유동적으로 반영되기도 하고요. 예를 들어 메뉴가 바뀌면서 새로운 커틀러리와 접시도 서비스팀에서 같이 고민하는 시간이 있는데, 이런 것을 머리 아프다고 할 수도 있지만 기분 좋은 스트레스라고 생각해요.
호스피탈리티의 본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예전에 학교 수업에서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한 단어가 아직도 제게 큰 기준을 만들어 주고 있어요. “호스피탈리티는 웰커밍(welcoming)이다”, 이 속에 모든 것이 정의가 되더라고요. 고객의 전화를 받고, 인사를 하고, 그 시간 동안 접대를 하는 모든 것이 담겨 있는 말이니까요.
맛있는 음식, 좋은 식자재, 예쁜 잔과 기물 같은 것도 중요한 요소이고 좋은 서비스를 만드는 데에 중요하지만 잘 만들어진 음식을 더 맛있게 전달하는 방법은 우리 같은 친구들에게 있다고 봐요. 조금 더 편하고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내실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저희 역할이죠. 아무리 맛있어도 언짢게 식사하면 다시 가고 싶지 않은 게 당연하듯이요.
여가는 어떻게 보내시나요?
사실 저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특별한 노하우가 없어요. 그 방법을 10년째 고민하고 있죠. 어릴 때에는 혼자 카페에 가서 앉아있기도 했지만 지금은 카페에 가도 일 생각만 나더라고요! (웃음) 그래도 꽃이나 화장품 같은 소소한 선물을 주변에 편지와 함께 전하는 그 기분이 정말 좋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사고, 사람을 만나 선물하는 데 저만의 즐거움을 느끼고 있어요.
앞으로의 꿈이 궁금합니다.
언젠가는 교직에 서 보고 싶어요. 아버지가 교직에 계셔서 그런 모습을 늘 마음에 품고 지내기도 했고요.
식사 자리가 사람의 인성을 볼 수 있는 자리에요. 테이블 매너도 인성을 드러내 주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고요. 저는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 기술가정 책에서 가르치는, 예를 들어 포크는 바깥부터 안쪽으로 쓰는 것이 예절이라는 등의 기계적인 테이블 매너 말고, 어떻게 식사를 하는 것이 바른 매너인지 행동과 태도에 관한 부분도 교육의 일부가 되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자아가 형성되고 사회인이 되기 위한 교육을 받는 청소녀들에게 충분히 알려 줄 가치가 있는 내용이거든요. 현장 경험을 쌓은 사람으로써, 이런 부분을 알려 줄 수 있는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한편으로는 외식업, 서비스업 등 환대 산업에 종사하고 싶은 꿈을 가졌던 청소년들도 현실의 벽의 부딪치며 꿈을 접고, 전혀 다른 진로를 선택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제가 볼 때 그 일 자체가 힘들어서라기 보다는 사람이 힘들거나, 자신은 요리를 하고 싶은데 청소만 한다는 등 전혀 다른 이유로 포기를 하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이런 직업도 다른 직업 못지 않게 의식이 높아지고 직업적인 전문성이 갖춰지며, 최소한의 복지가 잘 정착된 직업으로 자리매김 해야 한다고 봐요.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제 위치에서 잘 역할을 하며 솔밤을 키워나가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열심히 해 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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