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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라 FOH 캡틴

  • solbam
  • 9월 25일
  • 5분 분량

‘웰커밍’, 이 한 단어에 환대 서비스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고 말하는 이세라 캡틴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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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커피를 좋아했어요. 그래서 관광고등학교에 진학을 해서 커피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기도 했죠. 그런데 알고 경험할수록, 제가 본 ‘커피’도 결국 서비스업과 맞닿아 있더라고요. 훌륭한 기술로 원두를 로스팅하고 추출하는 것도 분명 중요하지만, 결국 그 완성은 어떻게 커피를 전하는지에 핵심이 있었어요. 사람을 대하고, 음식과 음료를 전하는 일에 가치를 느껴서 해외 유학을 생각하게 되었죠.


호스피탈리티를 좀 더 넓은 시야에서 경험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 프랑스의 호텔학교로 유학을 결심했어요. 유학을 떠나기 전, 부산의 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6개월 정도 직원으로 일도 했고요. 일을 시작하니 더 큰 재미를 느끼고 푹 빠져들었던 것 같아요. 실제로 현장에서 고객을 응대하며 책으로 알고 있던 서비스의 방식과 어떻게 다른지 몸소 느끼며 경험의 중요성도 느꼈죠. 주방과 프론트, 고객 분들… 이 모든 요소가 제게 자극이 되었고 역시 더 많이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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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어떤 경력을 쌓아 오셨나요?

프랑스 유학 생활은 저의 시야를 많이 넓혀 준 계기가 되었어요. 그 시기가 아니었다면 못 해 보았을 경험이기도 하고요. 프랑스는 관광 산업이 극도로 발전한 나라이고, 그만큼 환대 서비스의 역사도 깊어요. 한국과 다른 점이 얼마나 있을까 궁금했는데, 막상 가보니 손님과 직원 사이에 엄격한 경계와 격식이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친밀하고 개인적인 방식으로 소통하는 트렌드가 느껴지더라고요. 한국에서 일하면서는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이런 말들을 많이 썼는데, 제가 본 프랑스 호텔리어들의 모습은 손님과 가족의 안부를 나누는 것처럼 개별적이고 친밀한 대화를 추구하는 것 같았어요. 그런 따뜻한 느낌이 참 좋았습니다.


그리고 유학 기간 동안 한 주는 수업을 듣고, 한 주는 학교 소유의 호텔 건물에 건너가서 파트를 배정받아 바로 실습에 들어가는 것으로 운영 되었어요. 그리고 반 년 동안 프랑스 남부의 휴양도시인 니스의 호텔에서 인턴을 하기도 했고요. 학점 인정을 위해 한국의 정식당으로도 지원을 할 수 있었는데, 당시에 해외의 업장에서 일을 해 볼 수도 있었지만 한국의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에서 일을 해 보고 싶었어요. 결국엔 저는 한국에서 일을 할 것이고, 한국의 업장을 경험해야 유학을 하며 배우는 것들이 조금 더 체계적으로 의미 있게 다가올 것 같았죠.


그렇게 정식당에서 일을 시작하고 나서 6개월이 지나고, 다시 학교로 돌아갈 시기가 되었는데 공교롭게도 제 이름이 기숙사 명단에서 누락되는 사고가 있어 한 학기 정도의 기간을 더 일하게 되었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 보니 코로나가 전 세계에서 난리라 해외로 출입국이 어려워진 탓에 결국 프랑스로 다시 돌아가지 못하고 여기에 오게 되었네요. 그래도 학교에서 얻은 배움에 못지 않을 만큼 현장에서 귀한 시간을 보내며 지식과 경험을 얻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본격적으로 서비스인의 길을 걷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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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밤에서 벌써 5년차인데, 지금까지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솔밤 오픈 이듬해 2월에 합류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며 팀원이 크게 늘었고, 소믈리에 팀도 고동연, 박현빈 소믈리에를 비롯해 규모와 역할이 확장되었어요. 자연스럽게 제가 주니어를 가르치고 끌어주는 일이 많아졌고, 그 과정에서 저 스스로도 많이 성장했습니다. 처음엔 “내가 정확히 알고 책임감 있게 가르칠 수 있을까?”라는 부담이 컸지만, 고민을 뚫고 “내가 더 잘하면 된다”는 단순한 답으로 나아가며 두려움을 넘어섰죠. 하루하루 스스로에게 자랑스러운 선택을 하자고 약속했고, 특히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지켜오며 보다 현명하게 협력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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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라 캡틴이 보는 솔밤은 어떤 곳인가요?

제가 전에 근무한 곳들은, 어쩌면 이미 잘 만들어져 갖춰진 곳들이었다면, 이곳은 다 같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나가는 느낌이 강해요. 하나 하나 쌓아올리는 것 같다고 할까요? 레스토랑과 음식, 그리고 팀에 관한 관점까지 셰프님이 하나하나 그런 고민을 하시고, 실제로 많은 부분들이 유동적으로 반영되기도 하고요. 예를 들어 메뉴가 바뀌면 새로운 커틀러리와 접시도 서비스팀에서 찾고 토의하며 더 좋은 레스토랑 경험을 구상합니다.


팀워크에 대한 본인의 관점은 무엇인가요?

팀은 스포츠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포지션은 다르지만 한 장의 큰 그림을 함께 그려 나가죠. 주방도, 홀도, 소믈리에도 각자의 역할에서 서로를 받쳐줄 때 팀이 완성됩니다. 저는 그 큰 그림의 밑거름이 되고 싶고, 동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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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전담하거나 이끌어온 주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예약 전반을 책임지고 어레인지, 신규 예약 담당자 교육, 월말 결산, 업체 관리, 대관 행사 조율, 소모성 기물의 디자인·단가 검토 및 구매 등 매니징에 가까운 사무 업무를 맡아왔습니다. 초반에는 낯설고 어려운 점이 많았지만 여러 협력사와 직접 컨택하고 B2B 커뮤니케이션을 주도하면서 실무 감각을 키웠고, 이제는 스스로 전 과정을 도맡아 진행하고 있습니다.


차·다도 관련 협업은 어떻게 진행되었나요?

노산도방 홍성일 작가님과 직접 소통하며 솔밤의 내부 분위기와 콘셉트를 공유하고, 공간에 어울리는 다구를 함께 고르고 조언을 받으며 디자인을 조율했습니다. 처음엔 작가님과의 협업을 실무적으로 관리하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고객에게 더 좋은 표현과 경험을 드릴 수 있었어요. 시즌 차를 단순 구매하려다 작가님의 작품을 컬래버레이션 형태로 선보일 수 있다는 가능성도 알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솔밤만의 결을 더 선명히 만들었습니다. 지금도 작가님이 먼저 안부를 주고받을 만큼 좋은 관계를 이어가고 있고, 사람을 생각하는 분과 일한다는 점에서 저 역시 성장했다고 느낍니다.


프론트(접객)의 역할을 어떻게 정의하나요?

한마디로 규정하기 어렵지만, 서비스는 결국 환대의 구현입니다. 주방이 정성 들여 만든 요리를 단순히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표현하고 어떤 마음으로 손님께 연결하느냐가 중요해요. 손님과 대화를 나누며 방문의 의도를 듣다 보면 더 좋은 추억을 함께 만들 수 있고, 그 시간이 하나의 선명한 기억으로 남습니다. 접객은 그 기억을 세심하게 빚어내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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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피탈리티의 본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예전에 학교 수업에서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한 단어가 아직도 제게 큰 기준을 만들어 주고 있어요. “호스피탈리티는 웰커밍(welcoming)이다”, 이 속에 모든 것이 정의가 되더라고요. 고객의 전화를 받고, 인사를 하고, 그 시간 동안 접대를 하는 모든 것이 담겨 있는 말이니까요.


맛있는 음식, 좋은 식재료, 예쁜 잔과 기물 같은 것도 중요한 요소이고 좋은 서비스를 만드는 데에 중요하지만 잘 만들어진 음식을 더 맛있게 전달하는 방법은 우리 같은 친구들에게 있다고 봐요. 조금 더 편하고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내실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저희 역할이죠. 아무리 맛있어도 언짢게 식사하면 다시 가고 싶지 않은 게 당연하듯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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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운영과 관리 루틴은 어떻게 잡고 있나요?

월말·월초에는 월 결산에 집중합니다. 모든 매니지먼트가 숫자에 예민해야 하죠. 소믈리에 팀은 와인 인벤토리와 구매 이력, 총 구매 결산을 정리하고 세금계산서 발행 및 금액 일치를 확인합니다. 주방 구매 내역의 누락 여부를 재점검하고, 쿠팡 등 비정기 발주까지 월 사용 내역을 묶어 전월 대비 증감을 분석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운영의 정확도를 높이고, 다음 달의 개선 포인트를 선제적으로 제안합니다.


요즘 개인적으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미쉐린은 빠질 수 없는 화두지만, 저에게 최종 목표는 아닙니다. 다만 팀에 선한 영향력을 확장하고 에너지를 주기 위한 수단으로서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스트레스 관리에 힘씁니다. 헬스장에서 유산소 30분은 제 일기장 같은 시간이에요. 그날을 정리하고 더 나은 서비스 방향을 고민하며 끈기와 멘탈을 다집니다. 과거엔 힘들 때 일을 피난처로 삼고 식사도 거르는 등 건강을 소홀히 했지만, 결국 기본은 ‘잘 먹고 잘 쉬는 것’이라는 당연한 진리를 몸으로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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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문화와 내부 소통을 위해 시도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작은 재미로 시작했지만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데일리 스태프밀을 올리며 팀과 소소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우리만의 스토리였던 것이 다른 매장에도 공유되며 긍정적인 바이브가 퍼지더군요. 또 매주 한 번, 희망자들과 40분 정도 일찍 출근해 실무 회화·이메일 표현 등 실전 영어 스터디를 진행합니다. 제가 배운 에세이 방식도 같이 적용하고요. 누군가를 가르치면 제가 더 많이 배우게 됩니다. 좋은 습관을 함께 만드는 것이 곧 팀 빌딩이라고 믿습니다.


감정 관리와 리더십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은 무엇인가요?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장 먼저 세웠습니다. 리더십은 결국 일관성과 신뢰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때로는 단호함이 필요하지만, 결론적으로는 협력과 성장의 방향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팀이 흔들리지 않도록 기준을 명확히 하되, 사람을 향한 존중을 잃지 않는 것—그 균형을 매일 점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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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단기적으로는 솔밤 운영의 완성도를 더 높이고, 손님 경험의 일관성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려 합니다. 중장기적으로는 한국의 좋은 식문화가 더 넓게 자리 잡도록, 서비스·요식업 종사자들의 복지와 보장 체계가 개선되는 데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습니다. 외식업, 서비스업 등 환대 산업에 종사하고 싶은 꿈을 가졌던 청소년들도 현실의 벽의 부딪치며 꿈을 접고, 전혀 다른 진로를 선택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제가 볼 때 그 일 자체가 힘들어서라기 보다는 사람이 힘들거나, 자신은 요리를 하고 싶은데 청소만 한다는 등 전혀 다른 이유로 포기를 하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이런 직업도 다른 직업 못지 않게 의식이 높아지고 직업적인 전문성이 갖춰지며, 최소한의 복지가 잘 정착된 직업으로 자리매김 해야 한다고 봐요.구체적인 방식은 더 고민 중이지만, 현장에서 꾸준히 기준을 올리고 좋은 사례를 만들며 답을 찾아야겠죠.


그리고 언젠가는 교직에 서 보고 싶어요. 아버지가 교직에 계셔서 그런 모습을 늘 마음에 품고 지내기도 했고요.


식사 자리는 사람의 인성을 볼 수 있는 자리에요. 테이블 매너도 인성을 드러내 주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고요. 저는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 기술가정 책에서 가르치는, 예를 들어 포크는 바깥부터 안쪽으로 쓰는 것이 예절이라는 등의 기계적인 테이블 매너 말고, 어떻게 식사를 하는 것이 바른 매너인지 행동과 태도에 관한 부분도 교육의 일부가 되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자아가 형성되고 사회인이 되기 위한 교육을 받는 청소녀들에게 충분히 알려 줄 가치가 있는 내용이거든요. 현장 경험을 쌓은 사람으로써, 이런 부분을 알려 줄 수 있는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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