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이해하고 배려하려는 마음을 원칙으로 삼되 틀에 얽매이지 않는 서비스를 추구하는 최혜연 FOH 주니어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이 직업에 어떻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나요?
학창시절부터 일상생활에 쓰이는 실용적인 공부를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외국어를 배우는 것도 좋아했고요. 영어도 열심히 했는데, 다들 영어를 너무 잘 하는 세상이라 두각을 나타내기 힘들다고 생각해 저는 중국어과에 진학해 중국어 자격증을 준비해 취득했어요. 제가 한국관광고등학교를 졸업했는데, 저희 학교는 호텔이나 항공사로 취직을 많이 하거든요. 저는 주말이나, 시간이 날때마다 틈틈이 호텔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사회 생활이란 이런 것이라는 저만의 경험을 쌓게 되었어요. 그리고 서비스직으로 진로를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어떤 경력을 쌓았나요?
고등학생 시기에 호텔에서 연회장 아르바이트를 주말마다 했는데, 코로나 시기가 오며 학교에 등교하지 못하는 날들이 많아졌고, 그래서 평일에도 일할 수 있게 되어 일주일에 4일 정도 호텔에서 경험을 쌓았어요. 이 당시에는 너무 어리기도 했고, 정식 직원도 아니었기에 무언가 대단한 것을 배웠다고 하기는 힘들 것 같아요. 하지만 조직 생활이 어떻게 돌아가고 자신의 역할을 찾아나가는 것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스무살이 될 무렵, 클라로라는 캐주얼 다이닝 업장에서 1년 반 정도 일했습니다. 여긴 단품과 코스 메뉴를 모두 판매하는 업장이었는데, 저희 매니저님이 호텔 출신으로 좋은 서비스에 대한 기준과 철학을 갖추신 분이었어요. 당시에 제 관점으로는 ‘왜 이렇게까지 작은 부분을 신경써야 하나’라는 것도 많았거든요. 손님 눈에는 잘 보이지 않을 것 같은데, 이런 디테일도 강조하는 매니저님과 일하다 보니 저도 좋은 영향을 받게 되었어요. 매니저님이 직원들에게 와인의 중요성도 강조하셔서 저희가 직접 판매도 해 보고, 그러기 위해 와인도 배워요. 매일 두세시간씩 와인 지도를 해 주시고, 때로는 좋은 와인도 오픈해 직접 마셔 보며 배울 수 있게 해 주셨어요. 그 덕에 저도 와인 자격을 갖추기 위해 WSET 레벨 2까지 취득했어요.
솔밤에 어떻게 오게 되었나요?
그 이후, 캐주얼 와인 비스트로에 4개월간 잠깐 일을 했는데, 아무래도 캐주얼한 업장이다 보니 서비스를 배우는 초년생 관점에서는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와인에 대해서 이끌어 줄 수 있는 선배도 없었고요. 그 때 제가 뭘 원하는지 알았죠. 저는 지금 뭔가를 더 배우고 흡수할 시기라고 확신이 섰어요. 파인 다이닝 업장에서 높은 기준의 서비스를 배우고 갖춘 뒤 캐주얼한 레스토랑에서 선택적으로 적용하며 맞추어 가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 반대로는 하기 힘들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느낄 수 있었죠. 그래서 좀 더 많은 것을 보고 배울 수 있는 업장으로 가고싶었고, 솔밤의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미쉐린 가이드’라는 것도 솔밤 때문에 처음 알았어요. 그만큼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고, 갈 길이 멀어요. 그래도 나중에 고동연 소믈리에님이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경력은 부족해도 눈빛이 살아있는 것 같았다”는 말을 들으니 참 좋았습니다.
서비스직, 그 중에서도 레스토랑 FOH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저는 사람을 대하는 일이 천직이라고 생각해요. 모르는 사람과 대화하는 것도 좋고요. 서비스를 하며 손님들을 만날 때 ‘이런 사람 저런 사람이 있구나’하고 생각할 때도 있고, 각자 무슨 일을 하며 사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도 배우죠. 때로는 사람의 감정을 제가 다루는 것이 아직도 미숙하게 느껴질 때 너무 힘들긴 하지만 극복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솔밤의 서비스 스타일은 어떤가요?
팀에 합류하고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손님과의 소소한 대화를 중시한다는 부분이었어요. 저는 정형화된 설명을 잘 외우고 깔끔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바로 앞에 앉아있는 손님이 각자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상황이고, 무슨 느낌을 받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어떻게 신경써야 할지 잘 몰랐던 것 같아요. 때로는 매니저님이 제게 ‘저 테이블 손님이 우리 식사 끝나고 어디로 가시는지 알아 오라’는 등의 미션을 주기도 하는데, 사실 제겐 여전히 힘들게 느껴지지만 재미있고, 그 과정에서 마음을 나누는 것의 즐거움을 저도 느끼게 되었어요.
그리고 늘 사람과 상황에 따라 서비스의 디테일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도 느꼈죠. 보통 서빙할 때 트레이를 왼쪽으로 든다고 배우는데, 때로는 손님 앞으로 팔을 뻗게 되어서 손님이 공간을 침범받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거든요. 아주 작은 부분이지만, 소믈리에님이 “원래 서비스란 손님이 편하고 우리가 불편한 게 맞는 것”이라는 말을 해 주셨어요. 사람을 이해하고 배려하려는 마음을 원칙으로 삼되 틀에 얽매이지 않는 서비스를 많이 경험하고 배우고 있습니다.
일하면서 행복한 순간, 또 힘든 순간은…
손님이 나가시기 전에, 이곳에서의 경험이 어떠셨냐고 물어보면 서비스가 좋다고 하는 것도 좋고, 저와의 시간이 좋았다는 말씀을 해 주시는 것도 참 뿌듯해요. 아직 첫걸음이지만 저 또한 한 팀으로써 솔밤의 이미지를 쌓아 가는데 조력할 수 있는 것이 기쁩니다.
그리고 가장 힘든 부분은 영어에요. 중국어를 전공했지만 레스토랑에서는 한국어 다음으로 영어가 중요하거든요. 사실 외국인 손님과도 나누고 싶은 말이 많은데, 한국어의 절반 만큼도 하지 못할 때 답답해요. 하루에 평균 한 팀 이상이 외국인 테이블이라 서비스 시작 전에 영어 설명을 몇번씩 반복해서 읽고 외우고 읊어 보죠. 제가 너무 많이 걱정하니, 박은정 수셰프님이 이런 말씀을 해 주시더라고요. “언어를 유창하게 하는 것보다 자신감과 친절한 태도를 가지고 말하면, 조금 서툴어도 다들 좋게 봐 줄거야.” 그 말에 힘을 얻고 매일 부딪혀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솔밤에서의 계획은?
여전히 하루하루 열심히 일하며 제가 배울 수 있는 것들을 흡수하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솔밤에서 일하고 한 달 남짓 되었을 때 셰프님, 매니저님과 각각 면담을 했어요. 저도 언젠가는 매니저나 소믈리에로 보다 전문적인 방향을 정해야 한다고 조언해 주셨죠. 때로는 좋은 영상 자료도 보내주시고요. 저를 이렇게 신경쓰며 챙겨 주시는 부분들이 좋습니다. 아직도 탐구하는 중이지만 와인도 WSET 레벨 3까지 취득하고, 솔밤에서 최소한 시니어 직급까지는 올라가고 싶어요. 아무튼 지금은 저희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고 돌아가신 고객들이, 집에 가서도 음식과 함께 저희 팀원들의 얼굴, 그 중에 제 얼굴도 함께 떠올릴 수 있도록 제 위치에서 좋은 서비스를 하는 것이 가장 큰 우선순위랍니다.
먼 훗날, 어떤 꿈을 가지고 있나요?
부모님 집에 강아지 두 마리를 키우고 있어요. 귀여운 비숑과 토이푸들인데요, 언젠가는 애견 카페를 하고 싶어요. 동물들과 함께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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