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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인 가드망제

솔밤의 유혜인 가드망제는 ‘흘러가는 삶의 기회 속에서 최선을 다 하자’라는 모토를 가지고, 레스토랑의 반복되는 일상을 인생의 즐거운 기쁨으로 채워 나가고 있습니다.



어떻게 요리를 시작하게 되셨나요?

초등학교 시절에는 첼로를 꾸준히 했어요. 그런데 옻 알레르기가 있어서, 악기를 사용하기가 어려웠죠. 크면 좀 나아질까 했는데 중학생이 되어도 피부가 아프고 너무 힘들더라고요. 쭉 음악의 길을 걸으려면 유학을 가야 할 시기였는데, 그때까지 좋아질 기미가 없자 다른 길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원래 변덕이 심한 성격이에요. 그래서 첼로를 그만두고 다양한 분야를 시도해 보았어요. 운동도 생각해 보았고요. 당시에 책을 많이 읽었는데, 문득 제가 제일 좋아하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이 들었죠. 엄마가 요리하실 때 옆에서 도와드리는 것도 좋아했고, 항상 즐거웠던 기억이 떠오르더라고요. 그래서 요리학원에 등록을 했어요.


오랜 시간 서서 일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정말 하나도 힘든 줄 몰랐어요. 진짜 즐기면서 몰입하는 제가 느껴져서, 이 길을 계속 걷게 되었죠. 국제 요리대회에도 많이 참가하고, 그렇게 싱가포르와 중국, 태국, 필리핀 등 다양한 나라를 다니며 시야를 넓히고 때로는 수상을 하기도 했지요. 그리고 대학교도 조리과로 진학하게 되었어요.


어떤 경력을 쌓아 오셨나요?

저는 대학교 3학년때, 서울에서 큰 화제를 모은 바위 파스타바에서 오픈 멤버로 근무를 시작했어요. 1년 반 정도 함께 일하며 많은 것을 배웠죠. 처음 정식으로 일한 곳이었는데, 그 당시에는 제가 어떤 특정한 퀴진을 배우고 싶다거나, 일해보고 싶은 레스토랑 형태가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그보다는 제가 직접 일을 배우고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되는 오너의 생각과 가치관에 더 많은 관심이 갔었죠. 바위 파스타바의 셰프님이 추구하는 레스토랑 운영 방식이나 팀원을 이끌어가는 방식이 너무 좋아서 함께 일하고 싶었고, 그렇게 첫 직장을 얻게 되었어요.


시간이 조금 흐르고 저도 앞으로 어떤 요리를 해야 할지 고민하고 다양한 시도를 하다 보니, 그 가운데 하고 싶은 요리가 생기더라고요. 그 당시 레스토랑은 일본 요리와 이탤리언 퀴진이 적절하게 혼합된 형태였는데, 저는 맛을 내는 방법을 한식에서 찾고, 한식을 더 표현해보고 싶은 욕심이 들었어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전통주를 공부하기도 하고요. 그러던 중 솔밤에 오게 되었는데 음식에 완전히 반해 버렸죠. 한국의 음식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이렇게 현대적인 방식으로 풀어낼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고, 또 한 번 더 경력의 도약을 해 보고 싶었어요.



전통주 소믈리에 자격도 갖추었다니, 흥미롭네요.

저는 음식과 요리를 딱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 없다고 생각해요. 술을 빚는 것도 큰 의미에서는 요리를 하는 것과 다를 바 없죠. 디저트 셰프님들을 보면 막걸리로 소르베를 만들기도 하고, 페어링에 적극적으로 전통주를 활용하기도 하시잖아요? 저 또한 ‘전통주’라는 분야도 조금 더 배워 봄으로써 의견을 나누고, 시야를 더 넓히게 되었다고 생각해요.


솔밤에서는 어떤 일을 맡고 계신가요?

코스 요리 중 차가운 요리를 주로 담당하는 가드망제로 일하고 있어요. 요즘에는 랍스터와 관자 등의 해산물을 손질하고 있지요. 서비스타임에는 첫 코스 중 하나인 은어 튀김을 담당하고, 솔밤의 시그니처 메뉴이기도 한 합자장 전복 구이 게리동 서비스를 직접 하며 손님을 만나기도 합니다.


솔밤은 어떤 곳인가요?

솔밤에는 특유의 에너지와 생동감이 있어요. 그리고 팀워크가 좋기로 유명하잖아요. 흔히 파인다이닝 주방이 무섭고 엄격하기만 한 분위기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으실텐데, 저는 이곳에서 오히려 정말 따뜻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고 있어요. 요리를 할 때에도 제가 잘못된 방향으로 하는 부분이 있다면, 선배들이 저를 다그치고 혼내기보다는 왜 이렇게 해야 ‘제대로 하는 것인지’ 설명을 해 주시니 다음 번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더 노력하게 되죠. 해산물을 손질할 때 얼음 위에 트레이를 얹고 작업을 해야 한다거나, 도마의 온도까지도 신경써야 한다는 부분 같은 것들은 누군가에게는 사소하게 지나칠 수 있는 부분인데, 이런 부분들을 바로잡아 주시는 셰프님들이 계셔서 좋습니다. 여기서 기본을 잘 다질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서 더욱 열정을 가지고 일하고 있어요. 체계가 잘 잡혀 있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그리고 이곳에서 ‘소통’이라는 키워드로 배움을 많이 얻고 있어요. 키친 팀원들 간의 소통, 키친과 홀의 소통, 또 손님과의 소통까지… 말하는 방식과 태도 같은 부분에서 정말 많이 성장하고 있고, 좋은 분위기에서 저도 기준을 확립하게 된 것 같아요. 저는 일하는 데에 소통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생각합니다.



요리를 직업으로 삼는 것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자기가 열심히 한 만큼 정직한 성과가 있는 직업인 것 같아요. 맛있는 음식을 타인에게 전달하는 일이니까요. 그 요리를 통해서 사람들이 저를 만나게 되는 매개체라고 생각하면 설레고, 너무 좋아요. 내가 한 일로 누군가와 소통이 되는 느낌이죠. 그리고 무엇보다 정직한 활동이에요. 꾸밈이나 거짓이 오래 가지 못하는 분야라고나 할까요.


어떨 때 스트레스를 받고, 어떻게 해소하나요?

저는 사실 크게 스트레스를 받는 성격이 아니지만, 팀원으로써 제가 좋은 퍼포먼스를 내지 못할 때가 마음이 좋지 않아요. 팀원들이 스트레스를 받을까봐, 저에 대한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리고 여가를 즐길 때는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해요.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SF나 판타지 장르를 좋아하는데, 그 중에서도 해리포터 시리즈를 빼놓을 수 없죠. 전시도 즐겨 봅니다. 얼마 전에는 용인 호암미술관의 김환기 특별전에 다녀왔는데 정말 좋더라고요.




20년 뒤 나의 모습은…

저는 주도면밀하게 인생 계획을 다 짜고 거기에 맞춰 사는 성격은 아니에요. 먼 미래의 제 모습은 솔직히 생각해 본 적이 없지만, 이것 하나만은 확실해요. 저는 행복하게, 주변 사람들과 좋은 가치관을 나누며 살고 싶어요. 요리를 하거나 외식업이라는 분야는, 확신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제 삶의 일부가 되어 있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생각은 하고 있죠.


지금은 요리를 직접 하는 것이 정말 좋아요. 하지만 나중 일은 모르는 것이니까요. 요리하는 셰프가 아니더라도 외식업을 마케팅하거나 기획할 수도 있고, 이 분야에도 다양한 전문가가 많으니, 저의 길도 언젠가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요리를 잘 배우고 기준을 확립하는 경험은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지금 이 자리에 임하고 있습니다.


인생의 좌우명이 무엇일까요?

‘흘러가는 삶의 기회 속에서 최선을 다 하자’라고나 할까요? 제 삶도 그렇고, 주변을 봐도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되는 사람은 드물더라고요. 그런 변화에 스트레스를 받지 말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적응하며 최선을 다하고, 많이 웃으며 사는 것이 제 삶의 모토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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