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가드망제는 솔밤에서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요리를 시작하게 되었나요?
저희 집은 특이하게도 아빠가 요리를 많이 하셨어요. 그 모습을 보고, 배우며 요리에 관심이 생겼지요. 언제부터인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요리가 흥미롭다는 생각은 늘 하며 어린시절을 보낸 것 같아요. 그래서 조리고등학교로 진학을 하고, 졸업을 하자마자 바로 고향인 광주에서 취업을 했죠.
어떤 경력을 쌓아 오셨나요?
처음 일을 시작한 곳은 파스타를 파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이었어요. 처음에는 재미있게 일을 배웠지만 반복되는 일상에 조금 지치기도 했고, 어떻게 하면 더 발전할 수 있을까 고민도 되더라고요. 그래서 고향을 떠나 서울로 올라와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어요.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다니는 것을 좋아했는데,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에 관심이 생겼죠. 먹는 것도 좋지만 여기서 일을 하며 무언가 더 배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스물 한살부터 윌로뜨를 시작으로 무오키와 스와니예를 거쳐 지금의 솔밤까지 오게 되었어요.
각각의 레스토랑마다 어떤 배움이 있으셨나요?
한 레스토랑에 길게 있지는 않았어요. 첫 다이닝 직장이었던 윌로뜨에서는 한 계절 정도 있었는데, 그러면서 예전 이탈리안 비스트로와는 또 다른 다이닝의 매력을 알게 된 것 같아요. 훨씬 음식의 완벽성에 큰 가치를 둔다는 것이 제일 큰 차이였지요. 그곳에서는 주방 팀원들이 홀에도 나가서 요리를 전달했는데, 그것도 제게는 배움이 된 것 같아요.
그리고 무오키에서는 정말 기본기를 다진 시간이었어요. 셰프님이 아주 체계적이셔서, 당시에 가드망제로 있으며 일을 많이 배웠죠. 퀄리티를 아주 많이 신경 쓰셨는데, 그런 기준점을 저도 세우게 된 것이 가장 큰 배움이라고 생각해요.
가장 인상깊었던 에피소드가 있나요?
예전 직장에서 제가 갓 들어온 신입에게 일을 가르치며 관리해줘야 하는 때가 있었어요. 타인에게 무언가를 알려주려면 저는 훨씬 더 잘 해야 하는데, 제 실력이 그만큼 되지 않았나봐요. 제가 평소에 하는 일을 하면서 다른 사람을 가르치기까지 하려고 하니 그 날 모든 것이 꼬이고, 제 일도 제대로 못했죠. 그 때 모두에게 미안했어요. 팀에서는 제 역할을 제대로 못 한 것이고, 새로운 직원은 저를 보고 일했을텐데 제대로 이끌어주지 못한 거잖아요. 그러지 않으려면 내가 정말 더 발전해야겠구나, 하고 생각하게 된 계기였어요.
솔밤에는 어떻게 오게 되셨어요?
업계 선배의 추천으로 트라이얼을 해 보게 되었죠. 처음에는 솔밤에서 정직원으로 일하겠다는 뚜렷한 계획이 있었던 것은 아닌데, 일을 하고 셰프님과 면담을 하며 마음이 많이 움직였어요. 셰프님과 솔밤이 추구하는 비전이 제게도 선명하게 와닿았고, 서로 팀웍이 좋은 것도 매력적으로 느껴졌거든요. 올해, 그리고 내년, 내후년에 대한 셰프님의 확고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듣고, 나는 어떤 역할을 하며 어떻게 지내야 할지 함께 고민하다 보니 믿을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마음이 들었죠. 그리고 셰프님이 직원들을 대하는 모습 속에서 진심과 진정성이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지금 솔밤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콜드파트에서 일하는 가드망제를 맡고 있어요. 그리고 서비스 타임에는 일손이 부족한 파트를 보조하기도 하고요. 이전 직장에서는 기본기를 다지는 것에 집중했다면, 여기는 제 부족한 부분을 찾고 그것을 더 뛰어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어떤 순간이 가장 힘들고, 또 보람있나요?
바쁘고 힘든 날은 몸이 정말 피곤하지만, 그런 압박을 이겨내고 나면 마음만큼은 정말 보람있죠. 요리를 직업으로 삼는다는 것은 힘들지만 정말 즐거운 일이에요. 힘들지 않다면 발전도 없을 것 같고요. 이전 직장에서, 셰프님이 자주 하셨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본인이 뛰어난 역량이 있어서라기보다는, 멈추지 않고 계속 꾸준히 해왔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하셨거든요. 제가 중간에 일을 그만두려고 했을 때, ‘지금 이제 실력이 올라가고 있는데 그만둔다면 해온 것들 이 너무 아깝다’면서 저를 만류하셨죠. 그래서 결국 더 오랜 기간 일하게 되었는데, 돌이켜보니 정말 잘한 선택이었어요. 이제야 실력이 계단식으로 는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알 것 같고요. 저 또한 후배가 힘들어서 고민할 때, 진심으로 같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 솔밤에서 엄태준 셰프님이 늘 하시는 말이 있는데요, “이겨내!”라는 거에요. 이겨낸다는 것이 누군과 다툰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보자는 것이잖아요? 그게 제일 어렵기도 하고요. 정말 성장하는 데는 가장 중요한 본질인 것 같아요. 이겨내야죠.
평소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 있나요?
디저트를 좋아해요. 여유가 있을 때 맛있는 디저트를 먹으러 다니는 것이 소소한 행복이죠. 그리고 강아지를 두 마리 키우는데, 퇴근 후나 여유가 있을 때 강아지들과 산책도 많이 나가요. 제가 일을 나가니 오랜시간 떨어져 있고, 강아지들에게는 하루의 가장 특별한 순간이 산책일 거 아니에요? 또 휴무일에는 친구랑 만나서 놀거나, 연극도 보러 가고요.
10년 후 나의 모습은…
넓은 잔디와 마당이 있는 강아지 운동장을 차리고, 그 공간에서 쿠킹클래스 같은 것을 하고 싶어요. 사람들이 먹는 브런치 같은 것을 할 수도 있고, 요즘은 강아지를 위한 요리도 많이 하니까, 애견을 위한 요리가 될 수도 있고요. 지금 이렇게 솔밤에서 일을 하고 있는 것과 강아지 운동장을 차리는 것이 거리가 멀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저는 어떤 경험이든 쓸모없는 경험은 없다고 믿어요. 그래서 지금 더 많은 배움을 얻고 싶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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