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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원 수셰프

솔밤을 거쳐 간 분들까지도 빛나게 할 수 있는 곳을 만들어 가야겠다고 이야기하는 김종원 수셰프. 동료들에게 인정받는 팀원이 되고 싶다는 그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지금 솔밤에서 수셰프로써 어떤 일을 담당하고 계신가요?

발주와 직원 관리 같은 것들을 하며 부족한 부분을 체크하고, 셰프님을 보조하고 있어요. 신메뉴를 함께 개발하고 있기도 하고요. 지금까지는 일을 그냥 잘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했는데, 수셰프로 진급하며 솔선수범해서 함께 일하는 팀원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것의 중요성을 더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먼저 힘든 일을 하다 보면, 모두가 그 분위기에 함께 할 것이라고 믿어요.


요리를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어린 시절부터 맛에 민감했어요. 그래서 주변에서도 요리 쪽을 해 보면 어떻겠냐는 말을 듣곤 했죠. 사실 진학을 할 무렵에는, 딱히 하고 싶은 것이나 꿈이 없었어요. 그래서 평소에 관심이 있던 조리과에 지원하려 했는데, 아버지가 많이 반대하셨죠. 동물도 좋아한다고 생각해서 동물자원학과로 진학했는데, 막상 해보니 제가 생각보다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더라고요. (웃음) 사육사나 조련사를 하면서 살긴 힘들 것 같았어요.


서울에서 일도 하고, 독학으로 조리사 자격증을 준비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한 이탈리안 뷔페식 레스토랑의 홀 서빙 아르바이트생으로 들어갔어요. 그때 셰프님이 제가 조리사 자격증 준비도 하는 것을 알고, 주방에서 일하면 어떻겠냐고 권유하시더라고요. 그렇게 3년이 넘게 쭉 그곳 주방에서 일을 배웠어요.



어떤 경력을 쌓아 오셨나요?

저는 ‘다이닝’에 대한 환상이 없었어요. 뷔페 레스토랑에서 일을 시작해서, 사실 정확히 파인다이닝이 무엇을 하는지도 잘 몰랐죠. 그냥 재료로 멋을 내고 플레이팅만 요란하게 멋을 부리는 실속 없는 곳이라는 생각했어요. 그런데 여기까지 오다니, 저도 돌이켜 보면 신기해요.


제가 이직하고, 새로운 업장에서 엄태준 셰프님을 처음 만나 인연이 생겼어요. 벌써 6년이 꼬박 지난 일이죠. 저도 그 당시엔 어렸고, 셰프님도 스물아홉이셨던 것으로 기억해요. 근데 그때부터 엄 셰프님은 늘 “난 미래에 이런 일을 할 거야,”라고 입버릇처럼 포부를 말하고 다니더라고요. 40살까지는 어떤 목표가 있고, 그 과정에서 이런 일들을 할 것이고… 이런 모습이 조금은 허세가 아닐까 생각도 했죠. (웃음) 그런데 몇 년간 셰프님과 가까이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진짜 그 말을 독하게 다 실천을 하더라고요. 그 말들이 모두 진심이었던 거죠.


그 사이에 엄태준 셰프님과 저는 각자의 길을 갔어요. 마지막에 제가 대중적인 레스토랑의 헤드셰프로 미국에 다녀오기도 하고, 코로나의 타격으로 다시 서울로 돌아와 프리미엄 돼지고기 레스토랑에 들어왔지만 왠지 의욕이 생기지 않았죠. 그 매장에서 매출이 나오지 않자, 대표님이 인원을 줄이고 싶다고 저에게 오셔서 어떤 직원을 내보낼지 상의하는데… 제가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더라고요. 그렇게 일을 마치고 쉬고 있는데 엄태준 셰프님이 저를 찾아오셔서 솔밤에 합류해서 같이 해 보자고 설득하셨어요.





솔밤에 오픈 멤버로 합류하며, 어떤 마음을 가지셨나요?

파인다이닝은 늘 숨 막히는 긴장감 속에서 일하는 곳이라고 알고 있었어요. 요리 경력이 길지만, 파인다이닝 업장에서의 경험은 솔밤이 처음이죠. 나이가 적지 않아 새롭게 시작하자니 겁이 나기도 했지만 셰프님이 제가 정말 무엇인가를 배우고, 한 번 더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그 마음이 와 닿았어요. 늘 그런 이야기를 하시는데요. ‘근묵자흑 근주자적’이라고요. 주변에 어떤 사람들이 있느냐, 어떤 환경에 있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고요. 솔직히 돌이켜보니 6년 전, 엄 셰프님이 꿈을 이야기하고 다니고, 그 꿈을 하나하나 이루는 동안 나는 무얼 했나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이 사람과 함께라면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 아니면 이 일을 해 볼 기회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일을 시작했어요. 정말 힘들고, 압박감도 커요. 하루하루 일하고 씻고 자고 이렇게 단순한 루틴으로 꽉 채워 사는 생활을 하는 것이 몇 년 만인지 모르겠어요. 그런데도 많은 것이 새롭고 보람 있어요. 스스로 해냈다는 느낌, 최선을 다하는 기분이 좋습니다.


여러 직급을 거치며 2년만에 솔밤에서 수셰프로 승진하셨는데요.

솔밤에서 다양한 역할을 하며, 지금까지의 경력을 돌이켜 볼 때에도 가장 크게 성장한 시기를 보냈습니다. 가드망제로 일하며 협업하는 것을 배우고, 로스터로 일하며 제가 만든 요리에 책임지는 역량을 더 키운 것 같아요. 디테일에도 많은 신경을 쓰게 되고요. 셰프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더 깨닫게 된 부분이 있는데요. 저희 솔밤을 방문해주신 고객은 한두달 이상의 시간을 기다려 오신 거잖아요? 그 날 저녁 보내는 시간과 경험하는 음식이 오랜 기다림과 기대 끝에 있다고 생각하니, 더 책임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수셰프로써 이런 기대에 부응하는 넓은 시야를 가지려고 해요.


저희는 나이나 단순한 경력 기간으로 직급을 주지 않아요. 그래서 솔밤에서 수셰프가 되었다는 것이, 더 잘 하라는 격려이자 지금까지의 성장에 대한 인정인 것 같아서 정말 뭉클하고 기분 좋았습니다. 쑥스럽기도 하고요. 동료들의 축하를 받으니 더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가 타오릅니다!


김종원 수셰프가 보는 솔밤은…

‘가장 좋은 것’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하는 것 같아요. 그간 일했던 업장과 일하는 방식 자체가 너무나 달라요. 전에는 재료가 들어오면 한 번에 2-3일 치를 프렙해 쓰는 것이 효율적인 것이었는데, 지금은 모든 것을 매일 새로 만들고, 그날 사용되지 않은 것은 저녁에 모두 처리하죠. 재료도 그래요. 다른 업장에서는 단가 압박이 정말 많아요. 하지만 여기서는 셰프님이 제일 좋은 것을 쓰고, 식재료를 구매하는 데 비용을 거의 따지지 않아요.


업무 환경은 어떤가요?

마냥 즐겁고 좋다고 말할 수만은 없겠죠? 하지만 ‘성장’에는 스트레스가 필연적이라고 생각해요. 지금도 일주일에 한 번은 프렙을 하는 꿈을 꿔요. (웃음) 그동안 일을 하면서는, 출근 시간이 10시라면 딱 10시까지 맞춰 오는 스타일의 사람이었거든요. 그러면 아주 심하게 30분씩 늦지는 않지만, 5분이나 10분 정도는 좀 늦게 오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솔밤에 오고 나서는 그런 적이 없어요. 혼나거나 압박하는 분위기가 아닌 것 같은데도 자연스럽게 그렇게 돼요. 이런 긴장감이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여가가 더 소중해지고, 쉬는 날도 의미 있게 보내려고 하고요.


가끔 다른 업장에 있는 친구들과 일하는 이야기를 하기도 해요. 그러면 셰프와의 관계라던지 분위기에 관해 말을 하게 되는데요. 저희는 셰프가 장난치는 것도 좋아하고, 인간적인 분위기에요. 팀을 되게 소중하게 생각하고… 사람 자체가 정이 많고요. 어떤 곳은 선배가 정말 무섭고, 반 년 동안 셰프와 일이 아닌, 개인적인 이야기를 다섯 번도 채 나누지 않는다고 하는데 저희는 하루에 다섯 번은 사적인 이야기를 하거든요. (웃음) 할 땐 하고, 놀 땐 놀고. 그게 솔밤의 장점이자 강점이에요. 어떤 오픈 키친 파인다이닝에 가면 때론 주방의 욕이 홀까지 들리기도 하고, 너무 딱딱하고 경직된 분위기가 전해지기도 하는데 저희는 팀원들이 마음이 편하니까 손님들께도 그 마음이 전해진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솔밤을 통해 펼쳐 보고 싶은 꿈이 있다면?

지금까지는 “지금 할 것들에 최선을 다 하자.”라는 모토가 저를 움직여 왔어요. 남은 2023년은 팀에 도움이 되도록 더 열심히 해서, 솔밤을 거쳐 간 분들까지도 누가 되지 않게 더 열심히 해서 나간 사람들도 더 빛나게 할 수 있는 곳을 만들어 가야죠.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동료들에게 인정받는 그런 사람으로 함께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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