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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슬 로스터

‘홀랜다이즈 소스 만드는 법을 배우기 위해’ 뒤늦게 출발한 요리 여정. 솔밤의 강한슬 로스터는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는 그녀만의 정공법으로 답을 찾아 나가고 있습니다.



처음 어떻게 요리를 시작하게 되셨나요?

언제인지도 기억나지 않을 만큼 오래 전부터 커피를 좋아했어요. 맛있는 커피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커피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그러니 저만의 가게를 하고 싶더라고요. 아직 어린 나이였지만 도전해 볼 수 있을 것 같아 제가 살고 있던 고향 거제도에 작은 카페를 열었어요. 거제도에는 국내 대기업들이 많아서 외국인도 많았는데요, 그들이 카페에 와서 브런치 메뉴를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브런치까지 팔게 되었죠.


메뉴를 넣고 판매하기는 했지만 제대로 요리를 해 본 적이 없으니 만드는 것 중 절반은 성공, 절반은 실패더라고요. 그런데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그게 잘못된 것인지 잘 하는 것인지도 몰랐어요. 다들 그렇게 장사를 하는 줄 알았죠. 네이버 블로그 같은 곳에서 에그 베네딕트 레시피를 찾아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 홀랜다이즈 소스를 만드는데 어느 날엔 소스가 농도가 잘 나오고, 또 어느 날엔 질감이 깨지곤 했어요. 그러던 중 외국인 단골 분들이랑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또 그들에게는 노하우가 있더라고요. 한국 사람이 된장찌개나 김치찌개 끓이는 데 큰 실패가 없는 것처럼요. 이러면서 점점 요리에도 관심이 생겼죠.




그 작은 관심에서 지금 여기까지 어떻게 이어지셨는지 궁금해요.

제가 서른에 미국 CIA로 요리 유학을 갔어요. 정말 아까 말한 에피소드처럼 ‘홀랜다이즈 소스 만드는 법 배우러’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그렇게 말해요. 너무 단순하고 사소한 계기라서 저도 말하면서 민망할 정도에요. 당시에는 유튜브도 많이 활성화되지 않았고, 제가 구글 활용 능력이 좋지도 않았어요. 그래서 정말 가서 배우는 수밖에 없었어요.


좀 더 가까운 곳에서 요리를 배울 수도 있었겠지만, 은근히 욕심이 있었나 봐요. 보통 요리를 직업으로 삼는 분들은 고등학교 때부터 공부를 제대로 시작하잖아요? 저는 남들보다 10년 이상 늦은 셈이었으니, 대신 그 이상 치열하고 더 압축된 경험을 해보고 싶었지요. 그래서 그 전까지는 CIA라는 곳도 들어본 적이 없었지만, 기왕 하는데 가장 좋은 곳에서 배우고 싶다고 생각했기에 도전할 수 있었어요.


어떤 업장들에서 경력을 쌓으셨나요?

그리고 뉴욕 노마드 호텔에 위치한 1스타 레스토랑 노마드(NoMad)에서 처음으로 현장 경험을 쌓았어요. 이 때 정말 많이 배웠지요. 진짜 살아있는 주방에서의 실습은 처음이었는데, 직접 현장에 뛰어들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난 정말 주방에서 일하는 게 맞겠다.” 제 나름의 확신이 들었어요. 학교에서는 제가 나이도 많고, 칼도 처음 잡아봤기에 두각을 거의 나타내지 못했거든요. 지금껏 살면서 양식을 많이 접해 본 것이 아니니, 먹어본 적도 없고 들어 본 적도 없는 요리를 해야 하는 것이 큰 챌린지였는데 레스토랑 실습을 하니 그런 고민들이 다 사라질만큼 재미있고 설레더라고요. 이 시기에 정말 기본기를 갖춘 것 같아요. 일하며 주변을 깨끗하게 정리하는 습관이라거나, 칼을 날카롭게 갈고 관리하는 것, 서비스 전 프렙을 하는 타임라인, 그리고 사람들과 어떻게 소통하며 일을 해야 하는지 같은 것들요. 이 때 좋은 습관을 얻었어요.


그 다음에는 샌프란시스코의 3스타 레스토랑 퀸스(Quince)로 갔어요. 동부와 서부, 식재료도 달랐고 무엇보다 알라카르트 위주의 매장이었던 노마드와는 달리 퀸스는 코스 메뉴로 이루어진 다이닝 레스토랑이었는데, 그만큼 볼 수 있는 부분들이 달랐지요. 저는 경력이 거의 없으니 프렙쿡으로 갔는데, 욕심이 나서 라인에서 일을 배워보고 싶다고 셰프님과 면담을 했어요. 그만큼 정말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부족한 경력인데도 라인까지 올려 주셔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다이닝 서비스를 배웠죠. 디테일한 부분을 볼 수 있었던 게 참 좋았습니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서는요?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잠깐동안 미쉐린 스타를 받은 이노베이티브 레스토랑에 있었는데, 제가 추구하는 요리의 스타일과는 달라서 다른 2 스타 파인다이닝으로 이직을 했어요. 여기서 2년 반동안 일을 하며 경력을 쌓고, 2022년 10월 솔밤으로 오게 되었지요.


2021년 가을, 솔밤이 오픈하고 친한 동생이 솔밤 주방으로 스타주를 간다고 하길래 저도 같이 가보고 싶다고 하고 한 번 주방을 경험해 본 적이 있어요. 그리고 디너 식사도 했는데, 그 때 정말 놀랐던 것 같아요. 여기서 꼭 일하고 싶다고 생각할만큼 너무 맛있었어요.


맛있는 레스토랑과 일하고 싶은 레스토랑이 다르지 않나요?

글쎄요, 제가 생각하기에 ‘일하고 싶은 레스토랑’은 정말 ‘맛있는 요리를 내는 레스토랑’이에요. 요리를 하다 보면 생각보다 일하고 싶은 주방이 많지 않더라고요. 파인다이닝을 표방하는 레스토랑들을 자꾸 다니다 보면 어느 순간 다들 비슷한 재료에, 결국 유행하는 비슷한 스타일로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쉽게 들더라고요. 음식을 먹으면서도 맛있다라는 느낌보다는 ‘아, 이건 이렇게 만들었구나’라는 기계적인 생각만 자꾸 들고요.


그런데 그런 생각을 뛰어넘는, 정말 식사의 즐거움을 다시 찾게 해 주는 곳이 있어요. 제겐 솔밤이 그랬고요. 음식을 즐기며 매 코스 정말 맛있고 즐겁게 식사할 수 있는 곳이라는 게 제겐 큰 메리트로 다가왔어요. 제 주변, 친구나 가족에게도 자신있게 추천하고 싶은 레스토랑에서 일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으니, 맛있는 레스토랑에서 일하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생각이지요.




솔밤에서의 경험은 어떠신가요?

솔밤은 ‘팀’이라는 개념이 굉장히 큰 곳이에요. 보통 대부분의 다이닝 업장에서는 수셰프 이상만 메뉴 구성에 관여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희는 다 함께 미팅을 하며 메뉴에 관한 의견을 내고, 그것을 반영해요. 그런 점에서 팀으로 일하는 즐거움을 느끼고 있어요. 그리고 지금은 앙트루메티에를 거쳐 로스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파인다이닝 업장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일을 ‘완수’한다는 매일의 만족감이 커요. 촉박한 시간을 극복하며 다 함께 해내는 날들의 연속이거든요. 그 중에서도 내가 한 일이 마음에 드는 날, 그런 심리적인 보상이 정말 커요. 일이 지루할 틈도 없는 시간 속에서, 만족스럽게 무언가를 해냈다는 느낌이 큰 매력이 되죠.




집에서도 요리를 많이 해 드시나요?

샌드위치랑 파스타 정도는 종종 해 먹어요. 제일 많이 하는 것은 잠봉 뵈르에요. 햄과 치즈처럼 간단하게 만든 샌드위치를 먹는 걸 좋아하고요. 파스타도 카치오페페처럼 심플하지만 맛있는 스타일을 선호해요. 와인도 좋아하는데,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편이라 화이트 와인을 한 병 따면 냉장고에 넣어 두고 2주, 3주까지도 먹곤 하죠. 주당 친구들은 그게 가능하냐고 묻기는 하지만요. (웃음)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해요.

10년 정도는 파인다이닝 업장에서 일하고 배우면서 지내고 싶어요. 제 실력을 제대로 다듬고… 정말 먼 훗날, 언젠가는 다시 제 가게를 열고 싶기도 해요. 아는 것이 많지 않아 더 용감했던 20대 초반의 시절처럼요. 그 때는 직접 만든 빵과 햄으로 델리 스타일의 가벼운 음식점이나 비스트로, 혹은 더 제대로 된 브런치 가게를 하고 싶어요. 그런 날이 오기까지, 매일의 성취감에 집중하며 스스로를 더 단단하게 키우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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