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순간의 몰입과 즐거움을 통해, 자신이 하는 일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깨달았다고 말하는 원조현 페이스트리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어떻게 요리에 관심을 가지게 되셨나요?
어린 시절부터 음식에 관심이 많았고, 대학을 식품영양학과로 진학했어요. 진로에 대해 고민하다가, 식품회사에서 제품 개발을 하는 직업에 관심이 가더라고요. 그러다보니 요리를 배워야겠다는 필요성이 느껴졌어요. 아무래도 식품과 영양에 대한 이론 위주로 배우다보니 본격적으로 음식을 만들고 개발하는 부분은 부족하더라고요
그래서 르꼬르동블루 파리로 진학을 했어요. 처음엔 요리를 배우겠다는 생각이 중심이었는데, 제과도 같이 배우다 보니 오히려 더 제 적성에 잘 맞고 즐겁더라고요! 섬세하고 정교하게 레시피를 따르고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에 많이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요리, 제과 코스를 마치고 나니 제빵 분야도 떼려야 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같이 배웠고요.
그리고 어떤 경력을 쌓으셨나요?
파리에서 르꼬르동블루를 졸업하고 제과점인 ‘Patisserie Fine’에서 2개월간 인턴십을 했어요. 팀의 일원으로 함께 쁘띠 갸또를 만들었지요. 그리고 이어 4개월간 5성급 호텔인 ‘Hotel de Crillon’에서 인턴십을 하며 제과파트와 요리파트를 경험했는데요. 제과파트에서는 룸서비스와 레스토랑에서 들어오는 주문관리와 제품 생산을 했어요. 요리파트에서는 호텔 내에 있는 미슐랭 1 스타 레스토랑 주방에서 레스토랑의 일과 분위기에 대해 직접 경험을 쌓았습니다. 돌이켜 보면 크리스마스 시즌에도 일해서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집에 저녁 8시가 넘어서 올 정도로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어요. 너무 힘들었지만 막상 일할 때는 즐겁게 일하는 저를 보면서 ‘아, 나는 진짜 이 일을 사랑하구나’를 깨달을 수 있었거든요. 그렇게 이 직업에 더 큰 책임감과 마음가짐을 갖추게 된 것 같아요.
솔밤에는 어떻게 오게 되셨나요?
인턴십을 하며 미쉐린 스타를 받은 레스토랑, 그리고 파인 다이닝에 관심이 크게 늘었어요. 먼저 프랑스에서의 생활을 마무리하고 한국에 돌아와 디저트카페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면서 유학준비로 미뤄 두었던 영양사와 위생사 자격증을 취득했어요. 그리고 정식으로 일자리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여러 군데를 고려했어요. 그런데 솔밤에 가장 눈길이 가더라고요. 아직도 인상깊게 남아있는 것이, 모든 팀원들의 이름이 적힌 메뉴판이었어요! 그리고 인스타그램이나 홈페이지를 보며 흥미가 더욱 깊어졌죠. 직접 젓가락을 사포로 갈아 준비하는 것처럼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는 섬세한 레스토랑에서 함께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침 공고가 있었고, 운이 좋게 팀에 합류하게 되었네요.
솔밤에서 지금 어떤 일을 담당하고 있으신가요?
디저트 파트에서 다양한 일을 하고 있어요. 지난 겨울 메뉴 중, 캐비어와 같이 나가는 고구마 빵을 준비하기도 했고요. 쿠키를 굽거나 우유 폼 튀일을 만드는 것처럼 솔밤의 디저트가 만들어지는 데 일조하고 있답니다. 아참, 그리고 솔밤의 마지막 코스인 ‘이튿날의 스콘’도 제가 굽고 있어요.
원조현 페이스트리가 보는 솔밤은 어떤 곳인가요?
솔밤을 한 단어로 표현하다면 ‘팀워크’인 것 같아요. 이렇게 팀워크가 좋은 곳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서로 밝은 에너지를 공유하며 함께 만들어나가고 있지요. 주변에서도 이곳에서 일상을 이야기하면 되게 놀랄 정도로 저희만의 끈끈한 팀워크가 자랑이랍니다.
평소에 디저트를 좋아하세요?
네, 정말 좋아해요. 그 중에서도 저는 무스 케이크인 쁘띠갸또를 좋아하지요. 쁘띠갸또는 만드는데 손이 정말 많이 가지만 그만큼 섬세하고, 시각적으로도 예쁘고 무엇보다 정말 맛있어요. 특히 제철과일을 활용한 쁘띠갸또를 가장 좋아하죠. 입에서 사르르 녹으며 다양한 맛을 주니까요.
그런데 학교를 다니기 전에는 종종 집에서 베이킹도 하곤 했는데, 오히려 정식으로 요리를 하며 더 많이 못하는 것 같아요. 아직은 지금의 생활에 적응 중이지만, 조금 안정이 되면 다시 개인적으로도 베이킹을 하고 싶어요. 맛있는 디저트를 구워 주변 사람들과 나누는 기쁨이 정말 크거든요. 새로운 레시피 테스트도 해보고요. 솔밤에 직원 요리대회가 있는데 이것도 준비해 봐야지요.
10년 후 나의 모습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향후 몇 년 간은 경험을 차곡차곡 쌓으며 제 실력을 키우는 기간이라고 생각해요. 언젠가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간단한 브런치부터 퀄리티 높은 프렌치 디저트, 저녁엔 와인과 간단히 즐길 수 있는 타파스 같은 것을 판매하는 저만의 가게를 오픈해보고 싶기도 하고요. 그런데 아는 만큼 겁도 많아진다고, 오히려 일을 하다 보니 가게를 여는 데 고려할 부분이 보이기 시작하며 오히려 엄두가 잘 나지는 않더라고요.
일단은 솔밤에서 배우고 일하며 현재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정직원으로 일하는 것은 처음이라, 기초 지식을 탄탄히 배우고 싶어요. 솔밤의 페이스트리 팀은 시즌마다 메뉴를 늘 바꾸며 구움과자와 아이스크림, 플레이팅 디저트, 제철 디저트 등 다양한 분야를 경험할 수 있게 해 주니까요. 여력이 된다면 시야를 좀 더 넓혀 업장의 운영에 대한 부분도 볼 수 있는 눈을 키우고요. 제게 미래를 준비하고, 기초를 잘 닦는 계기라고 생각하며 이 시기에 최선을 다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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