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밤은 창의적인 현대 작가들과 함께 공예의 쓰임을 확장하며, 작품이 널리 알려질 수 있도록 상생하고자 합니다. 이번 봄 시즌에는 하르타의 편소정 작가와 함께 아름다운 다과 트레이를 선보입니다.
하르타의 편소정 작가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금속공예과와 동양화과를 복수전공하고, 동양화과 석사과정을 졸업한 뒤 옻칠이라는 재료를 통해 작가만의 깊은 회화적인 색감과 정서를 지닌 공예 작업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2019년부터 옻칠기 공예품 제작 공방인 하르타(harta)를 설립해 작가의 작품 세계를 일상의 쓰임으로 연결짓고 있지요.
2023년 봄, 단순한 형태에 오묘한 질감과 색채를 담아낸 편소정 작가의 작품이 솔밤의 다과 코스와 함께 소개됩니다. 편 작가는 이번 협업에 대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솔밤에서 추구하는 ‘기물’에 대한 시각과 가치관에 공감해 함께 협업하게 되었습니다. 생활용품이 단순히 실용의 가치에 머물지 않고, 매일의 식사를 특별한 기억으로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관점이지요. 제가 경험한 솔밤은, 공예품 역시 오래도록 아끼고 함께 곁에 두는 물건으로 대하고 있다고 느꼈고, 제가 브랜드를 열며 비전으로 제시했던 ‘작가의 공예품으로 만드는 특별한 일상’과 닮아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편소정 작가가 제작하는 접시와 소반, 오브제 등 다양한 옻칠기 공예품은 전통 공예에 현대적인 시각을 더합니다. 독창적인 기법으로 회화적인 색감과 풍부한 깊이를 부여하며 시간과 정성의 의미를 재정의해 새로운 미의식을 발견합니다.
하르타 칠기들은 나무로 성형된 틀 위에 천을 붙이고, 황토를 올리고, 또 옻칠을 여러 차례 올려 완성되는 <목심저피칠>이라는 전통기법을 바탕으로 제작됩니다. 유화를 연상시키는 오돌토돌한 질감의 옻칠을 완성하기 위해 하나의 그릇은 꼬박 15일간의 공정을 통해 완성됩니다. 전통 옻칠기법을 기반으로, 새로 개발한 상감기법을 함께 사용해 현대적이면서도 우리의 아름다움을 담아낸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이 때 독자적으로 개발한 ‘스탬핑’이라는 옻칠 기법을 사용해 표면에 독특한 질감을 부여하고, 습자지를 이용해 여러 날에 걸쳐 다양한 색감을 올리며 상감기법으로 전체 색을 완성합니다.
이번 솔밤의 다과 코스에는 하르타의 굽접시, 블루이시 플레이트, 오목접시 총 3종의 공예품들이 사용됩니다.
편소정 작가의 작품을 관통하는 것은 ‘오묘하면서도 깊은 색감’입니다. 단순한 하나의 색으로 정의하기 힘든, 여러 가지 다양한 색이 한 데 섞여 독특한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여러 색이 한 작품에서 긴장과 균형을 탐구하며, 조화를 이룹니다. 곡선과 직선으로 이루어진 단순한 형태의 기물 위에서 잔잔하면서도 품위있는 색감이 병치되며, 깊이를 만들어냅니다.
편 작가는 자신의 작업에 영감을 주는 가장 큰 근원이 ‘자연’이라고 말합니다. ‘자연에 대한 경외’라는, 솔밤이 추구하는 가치와도 일맥상통하지요. 이번 봄부터 솔밤 입구에 새롭게 위치한 오브제 또한 편소정 작가의 칠기로, 봄의 낮과 밤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봄의 낮은 벚꽃이 핀 풍경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핑크 실버 색상의 소반과 체리색 굽접시, 보라색 작은 소반, 연보라색 화병, 분홍색 오목접시와 은은한 파스텔 컬러의 플레이트로 구성됩니다. 편소정 작가는 “자연이 주는 에너지를 담아 이끼, 자갈, 나무가지와 함께 작은 정원 같은 느낌으로 연출했고, 겨우내 움츠렸던 꽃과 열매가 자신의 아름다움을 뽐내기 위해 세상에 나온 형상을 나타내려 한다”고 설명합니다.
한편, 다이닝 홀 안쪽의 봄 밤은 이와 대조되는 색감으로 전시됩니다. 밤을 연상시키는 짙은 보라색과 청녹색, 남색으로 구성되며 보라색 소반을 중심으로 청녹색 오목접시, 보라색 블루이시 플레이트, 그리고 이번 솔밤의 다과코스에 사용된 남색 굽접시와 검은 오목접시, 노란빛과 푸른빛이 함께 느껴지는 플레이트로 연출되었습니다.
“봄 밤의 기물은 화려했던 낮의 시간이 저물고 고요하고 평화로운 밤의 시간속에서 차분하게 각각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칠기들을 선보여 드리고자 합니다. 전시된 하르타 기물들을 통해 칠기가 가진 곱고 산뜻한 색감의 매력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편소정 작가는 이렇게 덧붙입니다.
“쓰임이 있는 물건이 가진 존재 가치가 제가 작업을 할 원동력이 됩니다”
- 하르타 편소정 작가
쓰임을 지닌 공예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편소정 작가의 작품은, 2023년 봄 솔밤 코스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작은 다과들과 함께 ‘일상 속 아름다움’을 만들어냅니다. 편 작가는 수작업으로 만들어진 공예품을 관상용으로 두는 분들이 많고, 물론 오브제로 즐겨도 좋지만, 공예품의 진가는 직접 사용할 때 발휘된다고 강조합니다.
“아름다운 물건을 마음 깊이 아끼고 소중히 다룰 때, 그 물건을 사용하는 시간까지 귀하게 느껴집니다. 저는 그런 행위들이 평범한 일상에 특별함을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특별하게 느껴지는 일상이 반복되면, 삶이 행복해지는 것과 같죠. 저렴하고 유행에 충실한 공장제 인스턴트 제품들이 범람하는 세상에서, 제작 시간도 오래 걸리고, 비싸고, 다루기도 까다로운 공예품을 사용하는 것은 어쩌면 불편한 일일 겁니다. 그러나 좋은 공예품을 맞는 사용법으로 오래도록 소중히 사용하면, 마치 대대로 물려주는 엄마의 가방처럼 많은 세월이 지나도 그 가치를 잃지 않고 일상속에서 빛나는 물건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일상에 쓰이는 물건을 사랑하고 즐기면 순간이 행복해지고, 나아가 공예품이 삶을 행복하게 한다는 믿음으로 작업하고 있다는 편소정 작가의 말처럼, 작품의 예술성이 솔밤에서의 쓰임을 통해 빛이 나며 식사에 여운을 더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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