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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수 수셰프

이진수 수셰프는 먹는 사람을 웃음짓게 만드는 음식을 위해, 오늘도 솔밤의 주방을 든든히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


어떻게 요리를 시작하게 되었나요?

중학교에 다니던 때, 제가 손재주가 좋다며 선생님께서 제과/제빵을 배워 보는 것은 어떻냐고 제안하셨어요. 그래서 제과를 배우기 시작하다가 요리에 더 관심이 커지며 진로의 방향을 잡게 되었죠. 대학도 요리를 전공으로 진학했는데, 처음에는 양식에 관심이 많아서 학창시절에도 틈날때마다 다양한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파스타, 캐주얼 레스토랑 등 가리지 않고 학기 중과 방학에 일을 했죠.


그러다가 제가 대학교 4학년 때, 서울에 미쉐린 가이드가 런칭한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저 또한 기대되는 마음으로 스타 공개 행사를 지켜본 것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저는 미쉐린 스타 발표가 나면 그 레스토랑들에 예약조차 하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서울에도 스타 레스토랑들이 생기고, 저도 이런 곳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죠.



어떤 경력을 쌓아 오셨나요?

‘파인다이닝’이라고 할 만한 곳에서 식사한 것 중, 제 초년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 홍콩의 ‘Bo Innovation’이에요. 자국 요리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혁신적인 시각을 더한 미쉐린 3 스타 레스토랑이었죠. 제가 꿈꾸던 그런 요리를 직접 경험했던 순간으로 남아 있어요. 그리고 한국에 와서 알라프리마에서 식사를 했는데, 그 때의 감동만큼 맛있고 인상적이었죠. 그래서 채용 공고가 있기를 기다렸다가 지원했어요. “제가 대단한 이력은 없지만, 이 곳에서의 식사가 너무 좋았기에 무엇이든 배우며 일해 보고 싶다”고요. 그래서 운 좋게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알라프리마에서 가드망제, 디저트 파트를 도우며 일을 배웠어요. 그리고 임프레션의 오픈 멤버로 들어갔는데, 여기서 많은 직급을 거치며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임프레션은 오픈 첫 해에 미쉐린 가이드로부터 2스타를 받아 큰 주목을 받았죠. 당시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에 퍼지며 해외에서 경력을 쌓던 요리사들이 한국으로 많이 귀국했는데 임프레션으로 일하러 온 분들도 상당했습니다. 그런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저도 해외에서의 경험이 너무나 궁금하더라고요. 그래서 미국행을 결심했습니다.


샌프란시스코의 Saison에서 1년 남짓 일하며 로스터까지 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한국에 귀국해 앞으로의 방향을 고민하며, 캐주얼 레스토랑도 경험해 보자는 마음으로 한남동의 시멘트라는 파스타 바에서 일했어요. 당시 수셰프로 시작했다가 헤드 셰프까지 하게 되었는데, 이 시기에는 레스토랑의 오너와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직원들과 함께 일하는 방법에 대해 많이 배운 것 같아요. 사람마다 모두 성격도 다르고, 어떻게 해야 즐겁게 일할 수 있는지 그 매커니즘도 모두 다른데 셰프로써 어떻게 해야 한 팀을 이끌어 갈 수 있는지 고민을 많이 했죠. 헤드 셰프가 된 것도 얼떨결의 일이지만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처럼 저도 부딪치고 배우며 좋은 경험을 한 것 같습니다.



그동안 어떤 배움을 얻으셨나요?

다양한 업장을 거치며, 요리사로써의 기술적인 부분과 마음가짐에 대해 폭넓게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첫 직장에서는 양식 기술과 더불어 일본 요리에서 재료를 다루는 방법을 알게 되었고, 두 번째 직장에서는 미국에서 가장 핫한, 현대적인 레시피와 테크닉을 많이 배웠던 것 같아요. 그리고 주방에서 일하는 직원으로써 사소한 예의부터 조직에서 일하는 법도 많이 알게 되었죠. 미국에 갔을 때에는 주방의 문화를 새롭게 받아들인 것 같아요. 아무래도 한국보다 규모가 크고 체계적이다 보니 그런 부분에서도 영감을 얻었고요. 식재료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는데요, Saison에서 셰프는 매일 아침 일찍 시장에 들러서 재료를 사 왔거든요. 예를 들어 아침에 토마토를 사 온 뒤 일하는 직원들에게 먹어 보라고 하고, 어떻게 요리해야 할지에 대한 생각을 묻고 대화를 나누기도 했어요. 그런 것들이 또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더군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소통하고, 함께 일하는 것들이 새로웠던 것 같아요.


파인다이닝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요리의 ‘최고’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이 일을 하는 많은 분들이 비슷한 생각이겠지만, 가장 정수를 경험하고 난 뒤 좀 더 캐주얼한 것을 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캐주얼한 것을 하다가 파인다이닝에 도전하는 것보다 더 낫다고 보거든요. 좋은 요리란 무엇인가 끊임없이 고민하고 그것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최고라고 꼽히는 곳에 있고 싶었어요. 그래서 지금까지 계속 파인다이닝 업장에서 배움을 얻고 있고요. 집에서는 요리와 관련된 일을 하시는 분들이 없어서 부모님의 반대가 크셨거든요. 특히 아버지께서요. 그래도 이렇게 시작했으니, 잘 해보겠다는 결심을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아무튼 쉽지 않은 일이고, 주방과 홀의 변수도 많지만 이 모든 상황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졌을 때 잠깐의 희열이 주는 쾌감이 정말 큽니다. 완벽하게 조리된 음식, 좋은 서비스, 고객들의 웃음이 맞아떨어지는 그 한 순간을 위해 엄청난 고통을 감내하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도파민을 얻기 위해 움직인다고 하는데, 이것 만한 게 없지요.



솔밤의 문화는 어떤가요?

확실히 주방 분위기가 좋아요.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사이가 좋으니 일할 때 불필요한 스트레스가 낮죠. 그렇지만 단순히 좋은 관계만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일, 요리와 서비스에 대해서는 다른 어느 곳보다 정신 차리고 집중하는 곳이기도 해요. 아, 그리고 셰프님이 미국에서 경력을 쌓은 분이셔서 그런지, 매일 모든 요소를 새롭게 테이스팅 하시거든요. 업장에 따라 모든 요리를 전부 테이스팅 하기 어렵기도 한데, 솔밤에서는 하루도 빠짐없이 서비스 전에 맛을 보고 확인합니다. 그게 이곳의 퀄리티가 유지되는 좋은 비결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일하는 직원을 믿되, 체크를 해야 완벽에 신중을 기할 수 있고, 그런 반복 속에서 더 나은 무언가가 탄생한다고 생각해요.


파인다이닝의 셰프로써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일까요?

누구나 실수할 수는 있지만 이걸 얼마나 빨리 해결하는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어떻게 멘탈을 관리하고, 망가진 것을 좋은 상태로 끌어올리느냐가 정말 중요해요. 솔밤에서는 타협이라는 단어가 쓰이지 않아요. 그래서 때로는 서비스 직전, 만들어 둔 소스를 모두 버려야 할 때도 있고, 변수가 많은데, 어떻게 흔들리지 않고 빨리 이 상황을 원상복귀할지 초점을 맞추는 평정심이 필요해요.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이곳에서 ‘데이터’를 많이 쌓고 싶어요. 인풋이 많아야 아웃풋을 낼 수 있으니까요. 사람들과의 관계, 조직에서 일하는 법, 레시피, 기술적인 부분, 창의성까지 모든 부분에서 차곡차곡 데이터를 쌓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제 것을 하기 위해서요. 사실 예전에는 이노베이티브 퀴진에 큰 흥미를 느껴서 ‘생각지 못한 조합’, ‘반전의 묘미’를 많이 찾아다녔는데 솔밤에서 조금 생각이 바뀐 부분도 있어요. 새롭기만 한 아이디어는 언젠가 사람들의 흥미를 못 끌 수도 있으니, 좋은 퀄리티에 더욱 신경쓰며 잔잔한 즐거움을 많이 넣는 방향도 좋지 않을까 하고요. 작은 물결도 큰 파도가 될 수 있으니까요.



이진수 수셰프가 생각하는 좋은 요리는…

먹는 사람을 웃음짓게 만드는 음식 아닐까요? 단순히 요리가 맛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해요. 음식과 함께 하는 사람, 공간의 분위기까지 모든 것이 총체적인 경험 속에서 좋은 요리를 만들어요.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요리사로써, 그런 즐거움과 웃음을 줄 수 있는 곳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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