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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밤이라는 집의 안주인, 양민정 매니저








어떻게 처음 업계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원래는 러시아어를 전공해서 무역 일을 하고 싶었어요. 당시에 부산외국어대학교에 합격했지만 부모님께서 외동딸인 제가 집(인천)을 떠나 혼자 지내는 것을 많이 반대하셨죠. 그래서 점수에 맞춰 근교의 대학을 알아보다 보니 호텔경영학과가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그러니, 이 업계로 발을 들이게 된 것은 계획적인 일은 아니었던 거에요.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더라고요. 학교에 입학해서 배우며 정장을 차려입고 현장 실습을 나가곤 했는데, 그 당시에는 어린 마음에 ‘제복’을 입고 일하는 것이 그렇게 예쁘고 좋아 보였어요. 졸업을 하고 호텔에도 있었고, 청담의 큰 이탈리안 레스토랑에도 3년 정도 있었고요. 당시 지배인님이 호텔 출신이었는데 ‘수준 높은 서비스’라는 개념에 대해서 처음으로 실감하고 많이 배웠어요. 테이블을 어디서 보든 각이 맞아야 하고, 린넨의 위치까지 딱 떨어져야 하는 디테일까지도 그 당시에 많이 배웠습니다. 2008년에는 지금보다 생소한 편이었던 이탈리아 요리 용어들도 일하며 많이 배웠고요.


그리고 당시에는 프렌치를 해야 업계에서 잘 클 수 있다고 해서 프렌치 파인다이닝 업장에서 또 다른 세계를 배웠죠. 이탈리안 뜨라또리아와는 또 다른 서비스 스타일에, 배울 게 많았어요. 정말 많이 혼나기도 했고요. 아침 일찍 나와서 새벽에 들어가던 시기였지만 그땐 다들 그렇게 했어요. 이렇게 말하니 되게 나이가 많은 사람 같지만요. 그리고 미쉐린 스타 업장을 거친 뒤, 큰 기업에서 하는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매니저 역할을 하며 업장의 ‘살림살이’에 대해 정말 많이 배웠어요. 전표 처리, 직원 40명의 업무와 휴무 관리, 객단가와 매출 같은 것들이 눈에 보이고 당시에 성장을 많이 한 것 같아요. 그리고 몇 개의 업장을 거친 뒤 솔밤까지 오게 되었네요.










솔밤에 합류하고 1년이 되어 가는데, 어떻게 이 업장에 오게 되셨나요?

사실 이제 파인다이닝쪽 일을 하고 싶지 않았어요. (웃음) 그런데 친한 소믈리에가 셰프님을 소개해 주셨죠. 그래, 만나서 이야기나 들어보자는 심정으로 셰프님을 만났는데 정말 마음이 움직였어요.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브리핑을 해 주시는데 그 열정적인 모습에 같이 공감이 되더라고요. 1년간 함께 일을 하니, 그 말이 진심이었다는 것이 느껴져요. 지금까지 만났던 모든 오너 셰프 중 가장 개방적이고 자유도가 높은 편이에요. 직원들을 챙겨 주시고요. 인간적으로 서로 대하는 관계가 된 것이죠. 그게 가장 큰 장점이에요.


늘 즐겁고 좋은 일만 있다는 건 아니에요. 당연히 일이라는 것이, 힘들고 스트레스 받을 때도 있죠. 하지만 그런 피드백이 ‘기분이 나빠서 감정을 쏟아내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것을 어떻게 하면 더 좋게 바꿀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기반을 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 이해가 되는 것이죠. 저도 분명히 그런 부분은 당연히 개선하고 좋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솔밤에서는 직원들의 ‘앞날’을 함께 고민해요. 단순히 현재의 복지라는 개념이 아니라, 계속 이곳에 다니며 스스로를 개발할 이유를 만들어 주려고 많이 접근하거든요. 5년을 이곳에서 일하면 다른 업장을 오픈할 때 어떻게 서포트를 할 수 있을지, 어떤 새로운 기회를 찾아 한 단계 발전을 할 수 있을지. 그런 것을 마음으로 소통하는 것이 저희 업장의 자랑이에요.







좋은 레스토랑이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일단 직원들이 행복해야 좋은 업장이라고 생각해요. 결국 그 행복이 손님들께도 이어지고요. 특히 셰프님의 ‘상생’에 대한 관점이 좋은 레스토랑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양민정 매니저가 생각하는 호스피탈리티의 가장 중요한 점은…

직급과 상관 없이, 손님들과 티키타카가 되는 대화를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기본적으로 서비스가 잘 운영된다는 것은, 계속 손님에게 신경을 쓰며 깨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에요. 저는 그 날 손님이 손을 들어 누군가를 찾으면 서비스가 부족했다고 생각해요. 손님이 부르기 전에, 필요한 것을 알 기회가 늘 존재하거든요.


손님과 대화를 나눈다는 것은 늘 기회를 엿보고, 신경을 쓰고 있다는 뜻이에요. 작은 틈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는 기분을 좋게 만드는 선물 같아요. 한 명 한 명의 직원이 손님과 인간적인 대화를 나누고, 단순히 직원을 넘어서서 인간적인 관계를 맺을 때 장기적인 파급 효과가 엄청나다고 믿어요. 짧지만 강력한 유대감은 레스토랑을 오래 오래 튼튼하게 만드는 역할을 해요.







지금까지의 경력 중 가장 큰 배움은…

일본 도쿄의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 DEN(덴)에서 연수를 한 적이 있어요. 클래식한 파인다이닝의 정중한 서비스와는 조금 결이 다른, 아주 인간적이고 개인적인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했어요.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 개인적인 특수성을 기반으로 소통을 하는 것이죠.


청결에 대한 부분도 정말 중요하게 했는데요. 덴에서는 모든 테이블, 바닥, 천장을 손으로 닦아요. 그게 무슨 의미냐고 할 수도 있지만 밀대로 닦는 것과 손으로 닦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에요. 만져 보면 깨끗해 보여도 촉감이 좋지 않은 부분이 있는지, 의자에 올이 걸릴 부분은 없는지, 모든 부분에서 훨씬 느껴지는 것이 많고 그만큼 완벽을 기할 수 있는 거에요. 솔직히 그곳은 맨발로 다녀도 될 정도죠. 화장실 청소도 매일 1시간을 넘게 하니까요. 화장실이 완벽하게 깨끗하면, 레스토랑의 모든 것이 더욱 깨끗하게 느껴지죠. 지금 솔밤에서도 화장실 청소에 많은 가치를 두고 있어요.


요즘 최대의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꽃꽂이에요. 레스토랑에 꽃을 직접 꽂고 있어요. 그런데 꽃꽂이도 예술의 영역이잖아요, 그래서 꽃을 배우고 싶다는 욕심이 더 나네요.








앞으로 펼쳐 보이고 싶은 꿈이 있다면…

업계에 여성 매니저가 별로 없어요. 저는 여성 매니저가 어디까지 해볼 수 있는지, 도전해보고 싶어요. 레스토랑에서 쉽게 간과되지만, 중요한 역할이거든요. 그리고 결혼을 하고, 아기도 낳으면 사실상 이 일과 병행하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는데, 무언가 길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매니저’의 일을 이해하기까지 저도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매니저가 무엇을 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요. 매니저는 업장을 ‘내 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와인 버켓에 기스가 나면, 제일 먼저 그것을 발견하는 사람이죠. 손님들이 이 부분을 어떻게 볼지, 또 일하는 직원들은 어떻게 금이 안 가게 일할 수 있을지, 또 어떤 제품을 구매하고 사용해야 살림살이에 보탬이 되면서도 아름다운 집을 꾸밀 수 있을지. 정말 다각도에서 생각을 하는 사람이에요. 살뜰히 살림을 하는 것, 그게 매니저의 역할이죠. 쉽지는 않아요. 그런 ‘시선’을 가르친다거나 배우는 것도 녹록치 않고요.


매니저는 직급이 아니에요. 역할이고 덕망, 인정이 필요한 위치죠. 형식적으로는 윗사람이라고 직원들을 억압하면 좋은 서비스가 나오지 않으니 매니저의 역할이 망가지고요. 편하게만 하면 중요한 일들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수도 있거든요. 늘 “이게 최선인가?”라는 질문을 가져야 하는 것 같아요. 그 고민이 불편함을 만들지만, 그래야 뭐 하나라도 더 좋은 것이 생기거든요.


한편으로 저는 주방팀의 얼굴이 셰프라면, 홀의 얼굴은 소믈리에가 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희 소믈리에를 잘 서포트 하려고 노력하죠. 셰프, 소믈리에, 매니저는 서로의 역할을 뒷받침하며 함께 걸어가는 사이에요. 저도 많이 의지를 하고, 팀도 저에게 의지를 하기 바래요.


아무튼 언젠가는 제가 꾸리는 카페나, 손님들을 맞이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많은 것들이 자동화되는 세상이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손길은 언제든 없어지지 않을 가치라고 생각해요. 그때까지 열심히 이겨내야죠.



* 솔밤의 오픈부터 1년여간의 여정을 함께 해 주신 양민정 매니저는 더 큰 꿈을 펼치기 위해 솔밤을 떠나, 다음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양 매니저가 보여준 따스한 환대의 마음처럼, 사람의 따뜻함이 가득한 앞날을 솔밤이 응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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