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준 셰프가 오랫동안 준비해 온 게리동 서비스를 통해, 통영의 합자장에서 영감을 받은 솔밤의 특별한 전복 구이를 제공합니다.
하나의 요리가 탄생하는 데에는 많은 아이디어가 녹아들어갑니다. 엄태준 셰프는 2023년 봄 메뉴부터 솔밤에서 새롭게 게리동 서비스를 도입했습니다.
“고객에게 보다 더 밀착해 요리를 서비스하기 위해, 게리동 서비스를 늘 고려해 왔습니다. 어떤 요리를 선보일지는 물론이고, 솔밤 공간과 어울리는 카트는 어떻게 디자인해야 할지까지 오히려 시간을 두고 오래 고민한 덕분에 지금의 버전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솔밤의 게리동 카트는, 서비스하는 입장에서는 높이가 다소 낮습니다. 하지만 고객이 앉아 보는 눈높이에서는 테이블과 오차 없이 같은 높이로, 요리하는 모습을 편하게 볼 수 있지요. 숯이 달아오른 모습과 그 위에서 전복이 구워지는 향미는 셰프가 미리 의도한대로 가장 정확한 각도를 통해 공감각적인 경험을 선사합니다.
“솔밤의 공간은 ‘미술관’에서 모티프를 얻어, 군더더기 없는 깔끔함을 추구합니다. 음식을 하나의 작품처럼 오롯이 즐길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지요. 저희의 게리동 카트 또한, 시중의 것을 사용하기보다는 특별히 제작한 이유가 있는데요. 홀의 한쪽 면에 길게 이어진 서비스 테이블의 연장선이라는 느낌을 줄 수 있도록 같은 소재와 컬러의 나무를 이용해 간결하게 제작했습니다. 주류 카트와도 비슷해 보이지만, 게리동 서비스를 위해 넓게 펼쳐지는 안정적인 테이블 모양으로 디자인했어요. 도안부터 샘플 제작까지, 여러 번의 수정을 거치고 난 뒤 지금의 완성품이 만들어졌습니다.”
이렇게 제작된 게리동 카트로 선보이는 ‘솔밤의 합자장 전복 구이’ 메뉴 또한 오랜 기간에 걸친 셰프의 고민을 담았습니다.
“전복 구이 메뉴를 1년가량 고민하고, 정말 다양한 레시피를 시도했습니다. 신선한 전복을 잘 손질한 뒤 진공포장을 하고, 3일 이상 냉장숙성을 거치며 조직감을 부드럽게 만들었어요. 숯에 살짝 구워 계절 가니쉬와 함께 제공하겠다는 형태적인 기획은 있었는데, 어딘가 딱 하나의 퍼즐 조각이 빠진 것 같았죠. 바로 전복에 어떤 소스를 더해 풍미를 극대화할까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 hungrymatty
지난 겨울, 엄태준 셰프는 통영에서 그 실마리를 찾았다고 설명합니다.
“동료 셰프님들과 함께 통영 요리와 식재료를 배우러 직접 통영에 다녀왔습니다. 그곳에서 통영음식연구가로 30년 이상 다양한 연구를 해 오신 이상희 선생님을 직접 만나고 강의를 들었는데 정말 흥미로운 경험이었어요. 미국 등 해외에서 경력을 쌓으면서도, 한국 각 지역의 풍부한 요리 유산은 여전히 배울 것이 많다는 깨달음도 얻었고요.
통영 음식은 아주 화려하면서도 전라도나 경상도와는 또 다른 독특한 개성이 있습니다. 워낙 해산물 식재료가 풍부해서, 맛을 내는 대에도 해산물 베이스가 많이 들어가더군요. 그 중에서도 ‘합자장’이 정말로 인상깊었어요. 합자장은 만들기가 워낙 까다로워서, 지금 통영에서도 일상적인 요리는 아닙니다. 자연산 홍합인 합자를 가마솥에 끓여 국물을 낸 뒤 그 육수를 졸이고 졸여 만든 엑기스인데 홍합 원물 100kg을 며칠간 삶으면 합자장이 페트병 딱 하나 정도가 나오는 수준이죠. 가격도 비쌀 수밖에 없고 만드는 데 시간도 오래 걸려요. 그렇지만 이렇게 정성스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검은 빛의 농축된 엑기스는 놀라움을 선사합니다.
ⓒ hungrymatty
이상희 선생님의 통영요리 강의 중, 선생님이 직접 만드신 합자장을 작은 종지에 담아 맛보았는데, 그 순간 퍼즐이 맞춰진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농축된 감칠맛은 자연스러우면서도 강렬하고, 독특한 바다의 풍미가 일품이었죠. 부드럽게 손질해 숯 향을 입한 전복과 합자장을 머릿속으로 그려 보니, 더 이상 다른 생각을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통영에서의 경험을 마치고 솔밤으로 돌아오자마자 합자장을 베이스로 다양한 테스트를 해 보았어요. 매실의 감미를 더하고, 오일로 바디감을 줌으로써 솔밤의 합자장 소스가 최종적으로 완성되었습니다. 달콤한 맛은 감칠맛의 특징을 더욱 도드라지게 만들고, 오일은 소스를 하나로 융화시키며 입 안에서 여운을 만들어냅니다. 숯향이 더 잘 배어들게 돕기도 하고요. 제가 이 요리에 많은 애정을 담은 만큼, 오래도록 이 메뉴를 발전시키며 솔밤의 정체성을 담은 요리로 계속 선보이고자 합니다.”
솔밤은 합자장에 대한 간결한 설명을 담은 작은 카드와 함께, 고객에게 다채로운 경험을 선사합니다. 쉽게 경험하기 힘든 합자장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도록 가장 먼저 작은 티스푼에 합자장을 한 방울씩 맛볼 수 있게 제공합니다. 그리고 셰프가 직접 테이블에서 잘 숙성된 전복에 합자장 소스를 발라가며 숯불 위에서 구워 완성합니다. 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저희의 요리에 담은 진심과 정성을 전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이 요리를 끊임없이 발전시켜 나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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