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저트와 요리를 모두 연마해 훗날 멋진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고 말하는 솔밤 문종현 가드망제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어떻게 요리를 직업으로 삼게 되셨나요?
저는 늦게 요리를 시작한 편이라고 생각해요. 고등학교 2학년때까지 야구를 진로로 생각했으니까요. 그러다가 현실적인 문제로 야구를 그만두게 되고, 방황을 했어요. 앞으로 어떤 일을 하며 살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요리책을 보고,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죠. 그렇게 대학에 조리과로 입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요리를 꿈꾸고, 준비해 온 입장이 아니기 때문이었을까요? 막상 겪어보니 생각만큼 지속적인 흥미를 느끼기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대학에서도 계속 방황하던 중, 입대를 했죠. 취사병으로 군대에 간 것이 제 요리 인생에 터닝포인트가 되었어요. 좋든 싫든 세 명이 팀으로 1000명에 이르는 부대원들 식사를 매일 만들어야 하니, 고민이 오히려 줄어들었거든요. 요리라는 매개체로 책임감을 느끼며 매일 일상을 반복하니 그 속에서 재미와 의미를 모두 느끼게 되었습니다.
전역을 하고, 본격적으로 요리를 시작했어요. 학업을 마무리하고 첫 직장으로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인 알라프리마에 지원했고, 1년 8개월간 근무했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어떤 퀴진을 배울지 장르를 정하고 일을 하는데,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함께 일하는 셰프님에게 배울 수 있겠다는 감정을 느끼는 게 중요했거든요. 알라프리마에서 식사를 하고, 개성있고 창의적인 식재료의 조합에 충격과 감동을 받고 여기서 요리를 배워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그렇게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첫 경력에서 어떤 배움을 얻으셨나요?
원래 페이스트리 파트에서 일을 하겠다고 마음먹고 지원한 것은 아니었어요. 우연한 계기에 가까웠죠. 셰프님이 지금 페이스트리 쪽에 자리가 있으니, 이쪽 일을 먼저 시작해 보라고 권유해 주셨어요. 저도 어딘가에서 도움이 되는 일을 하며 일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서, 좋은 계기라고 생각했죠. 그렇게 페이스트리 파트에서 8개월간 일을 하고, 1년은 세이보리 요리를 만들며 경력을 쌓았습니다. 특히 페이스트리 일을 하며 클래식한 레시피를 재현하는 것보다는 창의적인 시도, 요리처럼 다양한 식재료를 새로운 시각으로 조합하는 일들을 중점적으로 하다 보니 귀한 경험이 되었습니다.
솔밤에 오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원래는 첫 직장을 퇴사하고 잠시 쉬며 정비를 한 뒤 호주로 가서 시야를 넓힐 계획이 있었는데, 솔밤에 와서 식사를 할 일이 있었어요. 그때 솔밤만의 분위기에 감명을 받았습니다. 음식도 맛있지만, 제 눈에는 일하는 직원들의 모습이 보이더라고요. 다들 뚜렷한 목표와 에너지를 가지고 일하는 것이 보이더라고요. 셰프님에게서 느껴지는 열정도 대단하고요! 그래서 이곳에도 배울 것이 있겠구나, 하고 트라이얼을 한 뒤 직원으로 채용되었어요.
지금 솔밤에서는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가드망제로 일하고 있습니다. 찬 요리를 다루는 일입니다.
가드망제 전에 페이스트리도 거치셨는데, 거기서 얻은 배움은 무엇인가요?
디저트를 말할 때, ‘정밀함’이라는 단어를 빼놓을 수 없어요. 수치로 따지면 100%, 이렇게 모든 부분이 깔끔하고 완벽하게 실행될 때의 희열이 있습니다. 그리고 단 1g의 차이로도 디저트는 크게 달라지거든요. 예전에 라벤더와 코코넛을 주요 재료로 디저트를 개발해 봤는데, 새벽까지 남아서 작업도 하고 한 달 가까이 수정과 보완, 뒤엎기를 반복하며 만든 기억이 있어요. 그 때는 힘들다는 생각도 하지 않고, 온전히 몰두했거든요. 다른 레시피도 참고하고, 공부도 하고, 조금씩 바꿔 보는 모든 과정이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결국 원하는 맛을 표현할 수 있을 때의 기쁨이 정말 큽니다.
그 덕에 요리 같은 디저트에 관심이 많아졌어요. 설탕과 밀가루, 버터도 좋지만 다시마나 들기름처럼 디저트에는 일반적으로 잘 쓰이지 않는 재료에서 가능성을 발견하고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 보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다시마 젤라토, 들기름 잼 같은 것들도 만들어 보았고요.
솔밤에서 일하기는 어떤가요?
엄태준 셰프님의 리더십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저희의 웰컴 카드라고 생각해요. 자리에 앉으면 솔밤의 이야기와 저희 모든 직원들의 이름이 적힌 카드를 볼 수 있는데요. QR을 찍어 보면 지금 제 이야기처럼, 모든 직원들의 생각과 마음에 대해 읽어 볼 수 있죠. 저는 이 부분이 정말 인상깊었어요. 직원을 한 사람도 놓치지 않는 리더가 되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마음을 가지고 실천해낸 결과물이 있으니까요.
그리고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공과 사 구분이 깔끔하다고나 할까요? 정확한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일하면서 최선을 다하기 위해 예민하고 날카로워지기도 하지만 그게 개인적인 감정 같은 것으로 이어지지 않고, 서로를 믿으며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있어요. 일하기 편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사람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적은 편이라고 느껴요.
앞으로의 포부가 궁금합니다.
우선은 빨리 적응하고, 성장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디저트 파트를 거쳐 가드망제 팀에서 일하고 있으니 이곳에서 많이 배워서 실력을 쌓고 싶습니다. 그리고 길게는 요리도 꾸준히 발전시켜 나가고요. 먼 훗날에는 친구와 함께 멋진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요. 친한 친구가 마케팅과 브랜딩 쪽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저는 음식과 디저트 분야에서 좋은 실력을 쌓은 뒤 서로 성장해 함께 새로운 F&B 브랜드를 만들며 키워 보고 싶습니다. 정확히 무엇을 할지에 대해 구체적인 생각은 계속 바뀌며 발전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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