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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세희 페이스트리 셰프

황세희 셰프는 사람들에게 달콤하고 행복한 순간을 선물하는 것이 이 일의 매력이라고 말합니다. 솔밤의 마지막 코스를 연주하는 황세희 셰프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중학교 시절, 과학 시간의 숙제로 탐구 보고서를 써야 했어요. 그 때 이스트를 처음으로 접했는데요. 이스트를 이용해 빵을 만들어 보며 큰 즐거움을 느꼈어요. 그래서 오븐도 사고, 믹서기도 사고, 레시피를 찾아 이런 저런 빵을 만들고 구워 가며 조금씩 이 일을 하게 되었죠. 친구들이 생일이면 케익을 구워서 선물을 하기도 했고요. 그러다가 체육대회 날, 왠지 그래야 할 것만 같은 결심이 들어서 새벽에 일어나 반 아이들에게 줄 와플을 몇십 개를 구워서 학교에 가져갔어요. 친구들이 정말 좋아했어요. 그리고 나니 담임 선생님께서 부모님께 진지하게 제 진로를 이 쪽으로 결정해 보시는 것은 어떻겠냐고 제안을 하셨고, 추천서도 써 주셨죠. 한국에서 유명한 조리학교에 가려고 했지만 합격을 하지는 못했고, 대신 그 덕분에 나비효과처럼 일찍 호주로 유학을 가게 되었어요. 고등학교 시절 영어를 배우며 호주에서 나중에 조리학교를 진학하겠다는 꿈으로 3년을 보냈고요. 그리고 호주에서 진학을 하려고 보니 좀 더 좋은 대안이 있지 않을까 욕심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미국의 CIA로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어떤 경력을 쌓았나요?

미국에서 1년간 워킹 비자를 받을 수 있어서, 최대한 좋은 레스토랑에서 경험을 해 보고 싶은 마음과 동시에 디저트에 굉장히 강점이 있고, 제 멘토를 찾을 만한 곳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그래서 당시 1 스타 레스토랑인 카페 블루드에 가서 일을 배웠죠. 바쁘게 돌아가는 업장에서 진짜 일을 배우니 너무 좋기도 하고, 동시에 한국인 친구도 많이 없고 힘들기도 했어요.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처음에는 갈피를 잡지 못했죠. 이 업장 저 업장을 경험하며 제가 원하고 더 배우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고민을 하다가, 제가 고등학교 시절을 보냈던 호주 시드니로 다시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드니의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인 Quay를 비롯해 캐주얼 레스토랑을 거치고 나서 한국으로 들어왔죠. 그리고 L’impression에서 일을 1년간 하며 이 때 엄태준 셰프님과의 인연도 생겼어요.





그리고 솔밤의 오픈 멤버로 합류하게 되셨군요.

솔밤에서 일하기 위해 임프레션을 그만둔 것은 아니에요. 예민한 성격이라 스트레스가 많았고 당시 건강도 좋지 않아 만성 위염에 힘들어하던 때였거든요. 그래서 여유롭게 살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일을 그만두고 어떻게 할지 계획을 하던 시기였어요. 그 때 엄태준 셰프님한테 전화가 왔던 거에요. 제 자리 하나 남겨 두었다고요! 반쯤 농담으로, 다른 일 구하는 것이 귀찮아서… (웃음)제가 잘 할 자신이 있는 일이라 함께 하며 여기까지 오게 되었네요.


이 일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저는 변덕이 심한 편이에요. 안 해 본 것이 없을 정도로 악기도 정말 많이 배웠어요. 기타, 드럼, 플루트, 피아노, 바이올린까지요. 패션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 재봉틀을 사서 연습을 해 본 적도 있고요. 뭐든지 쉽게 좋아하지만 그만큼 빨리 그만둬 왔지요. 그런데 빵을 굽고 디저트를 만드는 일은 질리지 않고 꾸준히 하게 되더라고요. 저도 그 이유가 무엇일지 궁금했는데, 일하는 그 자체가 즐겁다기보다는 제가 만든 것들을 누군가에게 전하는 기분이 너무 행복해서인 것 같아요. 상대방이 즐거워하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게 정말로 좋아서요.





디저트를 개발할 때 어떻게 영감을 받으시나요?

제가 일하고 배운 레스토랑에서 배웠던 것들이 여전히 제게 많은 영감을 주고 있어요. 카페 불루드는 워낙 클래식한 맛의 조합을 세련되게 풀어내며 호평을 받는 곳이라, 여전히 퇴색되지 않은 스타일을 보여줘요. 그리고 요즘에는 식재료를 보며 새로운 조합을 종종 떠올리는데, 직접 그 아이디어를 실현시켜 맞추어 보면 제법 매력적인 맛이 나더라고요. 최근에는 채소와 같은 ‘요리 식재료’를 디저트에 활용해 보려고 해요. 지난 시즌에는 파스닙을 디저트에 쓰기도 했고요.


솔밤에서 소개한 디저트 중 가장 소개하고 싶은 메뉴가 궁금합니다.

‘우유’를 테마로 다양하게 풀어낸 디저트가 가장 먼저 떠오르네요. 드신 분들의 반응이 정말 좋아서 애정이 많이 가기도 하고요. 우유라는 식재료를 다양한 식감과 온도, 방식으로 풀어낸 디저트인데요, 우유 아이스크림과 통카콩 크림, 연유를 4시간동안 끓여서 달콤하고 진득하게 캐러멜라이징한 둘쎄 크림(dulce cream)과 두 가지 텍스쳐의 우유 떡, 우유 칩을 곁들였어요. 하얀 눈처럼 깨끗한 우유의 맛과 부드러운 느낌이 행복감을 주는 디저트라고 생각해요.


다이닝에서 디저트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제가 페이스트리 섹션에 있어서 그런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웃음) 사실 긴 코스를 먹으면 처음과 끝이 가장 기억에 남지 않나요? 마지막 인상이 전체의 기억을 좌우하기도 하니, 정말 중요하죠. 기분 좋은 발걸음으로 돌아가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답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많은 분들이 그렇듯, 저도 제 가게를 갖는 것이 목표랍니다. 이제 한국의 미식 시장도 많이 발전해서 디저트만으로도 레스토랑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전망 좋은 곳에서, 먹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디저트를 선보일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지금은 일단 ‘솔밤’이라는 하나의 팀이 실현해 나가는 것들을 보고, 함께 만들어 나가고 싶어요. 솔밤 팀이 와인 바도 만들고 베이커리도 만들며 확장해 나갈 때 저도 제 역할이 있을 테니까요. 혼자 외롭기보다는 함께 더 멀리 갈 앞날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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